[에세이 칼럼] 188화 평상시에 먹는 밥이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

잃기 전에 감사하고, 부족해지기 전에 감사하고, 

당연해지기 전에 감사하는 것. 그것이 쉽지 않기에

우리는 때때로 이런 경험을 통해 다시 배우게 되는지도 모른다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ChatGPT]

 

5년 만의 건강검진

5년 전 어느 날이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수면내시경을 받게 되었다. 당시 속이 더부룩하고 불편한 날들이 이어졌고, 병원 진료를 받은 끝에 내시경 검사를 받아보기로 결정했다. 처음 겪는 일이었다. 검사 자체보다도 준비 과정이 쉽지 않았다. 속을 비우는 일, 금식을 하는 일, 그리고 장을 비우기 위해 마셔야 했던 물약까지. 평소에는 당연하게 먹던 밥을 먹지 못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힘들었다. 그렇게 어렵게 검사를 마쳤고 다행히 큰 이상은 없었다. 다만 용종 하나를 제거했고, 이후에는 별다른 문제 없이 지낼 수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다시 찾아온 검사 날짜

올해 봄부터였다. 몇 달 전부터 속이 편하지 않았고, 문득 5년 전 기억이 떠올랐다. 예전에 제거했던 용종도 생각났다. 결국 다시 병원을 찾았다. 진료를 받고 건강검진 날짜를 잡았다. 5년 전 물약을 마시며 힘들었던 기억이 생생했기에 이번에는 알약을 선택했다. 적어도 그 고생만큼은 다시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간은 흘러 어느새 건강검진 전날이 되었다. 전전 날부터 미음으로 식사를 대신했고, 전날 저녁부터는 금식에 들어갔다.

 

배고픔이 알려준 것

평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한 끼 식사가 그날따라 유난히 간절했다. 배는 고프고 몸에는 힘이 없었다. 일을 하는 내내 기운이 빠졌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멀쩡하던 아파트 엘리베이터까지 고장이 났다. 20층을 오르내려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배고픈 몸으로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숨은 차고 다리는 무거웠다. 하지만 더 힘들었던 것은 따로 있었다.

 

왜 하필 그날일까

이상하게도 평소에는 관심도 없던 음식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맛있는 음식 냄새가 유난히 진하게 느껴졌고, 휴대폰을 켜면 왜 그렇게 음식 영상들이 많이 보이는지 모르겠다. 치킨, 삼겹살, 라면, 짜장면.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던 음식들이 그날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쫄쫄 굶으며 하루를 보냈다.

 

잠에서 깨어난 첫 생각

그리고 드디어 건강검진 당일. 아침 일찍 병원으로 향해 수면내시경을 진행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잠에서 깨어나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단 하나였다. "배가 너무 배고프다." 검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허겁지겁 밥을 먹기 시작했다. 정말 정신없이 먹었다. 그리고 그 순간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평범한 밥 한 끼의 감동

평소에 먹던 밥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특별한 음식도 아니었다. 거창한 한 상 차림도 아니었다. 그저 늘 먹던 밥이었다. 그런데 어찌나 맛있던지. 밥 두 그릇을 순식간에 비워버렸다. 한 숟가락 한 숟가락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평범한 것이 가장 특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람은 참 우둔한 존재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참 우둔한 것 같다. 평소에는 밥맛이 없다고 불평하기도 하고, 반찬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투덜거리기도 하고, 오늘은 먹을 것이 없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막상 먹지 못하게 되면 그제야 평범한 밥 한 끼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배가 고파보니 알게 되었다. 우리가 매일 먹는 밥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를 말이다.

 

밥만 그런 것은 아니다

사실 밥만 그런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건강도 그렇고, 가족도 그렇고, 일상도 그렇다. 늘 곁에 있을 때는 당연하게 여기다가, 잠시 잃어보거나 부족함을 경험한 후에야 비로소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사람은 참 이상한 존재인 것 같다. 그리고 어쩌면 그래서 감사라는 마음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잃기 전에 감사하고, 부족해지기 전에 감사하고, 당연해지기 전에 감사하는 것. 그것이 쉽지 않기에 우리는 때때로 이런 경험을 통해 다시 배우게 되는지도 모른다.

 

함께 생각해볼 질문

나는 지금 무엇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가고 있는가

매일 먹는 밥.

매일 만나는 가족.

매일 누리는 건강.

그리고 평범한 하루.

나는 그것들을 얼마나 감사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혹시 너무 익숙하다는 이유로 소중함을 잊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따뜻한 밥 한 끼의 의미

내시경을 마친 이후 식사를 할 때마다 문득 생각한다. 평범한 밥 한 끼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말이다. 특별한 음식을 먹지 않아도 괜찮다. 비싼 음식을 먹지 않아도 괜찮다. 오늘도 따뜻한 밥 한 끼를 먹을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하루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약 이틀을 굶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평상시에 먹는 밥이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 어쩌면 행복이라는 것도 그렇게 가까운 곳에 있었는지 모르겠다.

 

✍ ‘보통의가치’ 뉴스는 작은 일상을 기록하여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치를 전하고 있습니다.

작성 2026.07.05 10:42 수정 2026.07.0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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