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칼럼] 187화 매일 글을 쓴다는 것과, 쓰지 않는다는 것의 차이

나는 매일 무엇을 기록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하루를 돌아보는 짧은 메모일 수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건네는 한마디일 수도 있다

나는 어떤 작은 습관을 통해 나 자신을 지켜가고 있는가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ChatGPT]

 

한 달 동안 멈춘 기록

지난 한 달 동안 블로그와 칼럼을 쉬었다. 몸은 편했다. 퇴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도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이 없었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남길까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고, 블로그 이웃님들의 글을 읽으며 댓글을 달고, 서로의 안부를 나누던 시간도 잠시 내려놓았다. 늘 해오던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낯선 일이었다. 처음에는 허전함이 컸다. 마치 늘 곁에 있던 무언가가 갑자기 사라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괜히 노트북을 켜보고 싶어졌고, 글감을 메모하고 싶어졌다. 블로그 이웃님들의 안부도 궁금했고, 내가 늘 하던 일들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이미 많이 지쳐 있었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쳐 있었고, 무엇보다 잠시 쉬어갈 시간이 필요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처음 며칠은 어색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저녁 시간이 낯설었고, 글을 쓰지 않는 하루가 어딘가 허전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하루 일과 중에 여유가 생겼다. 퇴근 후 잠시 쉬어도 괜찮았고, 주말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 시간은 마치 무더운 여름날 마시는 시원한 생맥주 한 잔 같은 개운함이 있었다. 몸이 풀리고, 마음이 풀어지는 느낌. 계속 긴장하고 있던 어깨가 조금씩 내려오는 느낌이었다. 돌이켜보면 그것이 필요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늘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살아왔기에, 잠시 멈추어 쉬는 법을 잊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까지 놓지 않았던 기록

그렇다고 해서 모든 기록을 멈춘 것은 아니었다. 17년 동안 이어온 다이어리와 일기는 여전히 쓰고 있었다. 하루를 돌아보며 짧게라도 기록을 남겼고,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에게 보내는 손편지도 하루도 빠뜨리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그것들은 어느새 습관을 넘어 삶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만약 그것마저 내려놓았다면 어땠을까. 아마 지금과는 다른 마음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매일 읽고 쓰는 일의 소중함을 지금처럼 깊이 느끼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쉼은 멈춤이 아니었다

지난주에도 이야기했듯, 쉼의 시간은 단순한 휴식으로 끝나지 않았다. 기록은 계속되었고, 오랫동안 준비해 왔던 자서전 프로그램 『꽃차에 스며든 나의 이야기』도 완성할 수 있었다. 멈춘 것 같았지만 사실은 또 다른 준비의 시간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그 시간을 지나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매일 글을 쓴다는 것과 쓰지 않는다는 것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매일 쓴다는 것의 힘

내가 내린 결론은 필력이었다. 글을 쓰지 않으면 글쓰기 실력은 조금씩 무뎌진다. 글을 읽는 시간도 줄어들고, 생각을 정리하는 힘도 약해진다. 무엇보다 글에 대한 관심이 점점 멀어진다. 조금씩 느슨해지고, 조금씩 게을러진다. 반대로 매일 글을 쓰면 완벽한 글이 아니더라도 글을 쓰는 힘이 유지된다. 생각을 정리하는 힘도 살아 있고, 표현하는 힘도 살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꾸준함이라는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된다.

 

결국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거창한 것이 아니다. 한 줄이라도 쓰고, 한 페이지라도 읽고, 하루를 기록하는 것. 그 작은 행동들이 결국 나를 지금까지 이끌어 온 것 같다. 돌아보면 내 삶에서 가장 오래 이어온 것들도 모두 그런 방식이었다. 17년째 써온 다이어리. 가족에게 쓰는 편지. 블로그. 칼럼. 그리고 일상 속의 기록들. 대단한 재능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저 계속 써왔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

그래서 다시 그 길을 걸어가 보려고 한다. 한 달 동안 쉬었던 그때의 마음을 잊지 않으면서. 몸이 지쳤고, 마음이 지쳐 있었기에 잠시 멈추었던 시간도 기억하면서. 그리고 그 쉼 덕분에 다시 글을 쓰고 싶어졌던 마음도 함께 기억하면서 말이다. 어쩌면 글을 쓴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매일 밥을 먹듯, 매일 잠을 자듯, 매일 하루를 살아가듯. 그저 내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함께 생각해볼 질문

나는 매일 무엇을 기록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꼭 글이 아니어도 좋다. 하루를 돌아보는 짧은 메모일 수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건네는 한마디일 수도 있다.

그리고 나는 어떤 작은 습관을 통해 나 자신을 지켜가고 있는가.

 

결국 나를 만든 것은 꾸준함이었다

완벽한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대단한 작품을 남기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계속 써 내려가는 것이다. 어제처럼 오늘을 살아냈다는 흔적을 남기는 것. 그리고 내일도 다시 한 줄을 써 내려가는 것. 그래서 오늘도 나는 다시 노트북을 켠다. 잘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낸 하루를 기록하기 위해. 그리고 내일도 또 한 줄을 써 내려가기 위해 말이다.

 

✍ ‘보통의가치’ 뉴스는 작은 일상을 기록하여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치를 전하고 있습니다.

작성 2026.07.05 10:42 수정 2026.07.0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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