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대신 시리아?" 트럼프 발언이 부른 외교 지각변동

트럼프 발언 이후 시리아 첫 행보, 헤즈볼라와 대화 가능성 열었다

시리아 외무장관, 베이루트서 던진 파장의 메시지

정전협정 뒤 요동치는 중동, 시리아·레바논의 새 셈법

▲ AI 이미지,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제공

트럼프 발언 한 달 만에, 시리아 외무장관이 베이루트서 던진 메시지

 

시리아 외무장관 아사드 알시바니가 오늘 베이루트를 찾아, 국익이 요구한다면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도 대화할 뜻이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 대신 시리아가 헤즈볼라 문제를 맡는 편이 낫다고 발언한 지 한 달 만에 나온 시리아 고위 인사의 첫 공식 레바논 방문이다. 아흐메드 알샤라 시리아 대통령은 앞서 자국군의 레바논 진입설을 근거 없는 억측이라며 선을 그은 바 있어, 이번 메시지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중동 외교가의 시선이 쏠린다.

 

트럼프의 발언, 시리아의 선 긋기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군사작전이 다수의 민간인 희생을 낳았다고 비판한 직후, 이스라엘 대신 시리아가 헤즈볼라 문제를 맡는 편이 훨씬 낫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았다. 그는 이 문제를 놓고 아흐메드 알샤라 시리아 대통령과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이 전해지자, 시리아 정부는 곧바로 선을 그었다. 알샤라 대통령은 자국군이 레바논 영토에 진입할 것이라는 소문을 근거 없는 억측이라고 일축했다. 현재 시리아를 이끄는 인사들은 한때 반군이었던 이들과 군 지휘관들로, 내전 기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던 헤즈볼라 조직과 오랫동안 싸워온 이력을 지니고 있다. 14년에 걸친 내전의 상처를 추스르는 처지인 시리아 새 정부로서는, 주변국과의 동맹 관계와 군사적 움직임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저울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베이루트에서 던진 메시지

 

이런 가운데 아사드 알시바니 시리아 외무장관이 베이루트를 찾아 눈에 띄는 메시지를 던졌다. 시바니 장관은 오늘 방문에서, 국익이 요구한다면 레바논 헤즈볼라와도 대화할 뜻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조제프 아운 레바논 대통령을 비롯해, 헤즈볼라와 동맹 관계인 나비 베리 국회의장 등 레바논 정부 지도자들과 잇달아 회동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시리아 고위 인사가 레바논을 공식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이 만남 자체가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리아와 레바논은 오랜 세월 복잡하게 얽힌 관계를 이어온 이웃 나라로, 이번 방문은 양국 관계의 새로운 국면을 시험하는 자리로도 읽힌다. 지난 6월 26일 미국의 중재로 레바논군이 남부 지역 통제권을 되찾고 헤즈볼라를 무장 해제하기로 하는 정전 기본 협정이 체결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어서, 이번 만남이 지역 정세 재편의 흐름과 맞물려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엇갈리는 발표들

 

레바논 국영 통신사는 시바니 장관이 이날 회동에서 헤즈볼라 문제가 직접 논의되지는 않았지만, 시리아 측이 이 조직과 만날 의사가 있다는 뜻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통신사는 구체적인 발언 내용까지는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아운 대통령실 역시 별도 발표를 통해, 이웃한 두 나라가 서로의 안정을 바란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다마스쿠스 정부는 레바논 내부 문제에 어느 한쪽 편도 들지 않겠다는 약속을 아운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지난 3월, 미국이 헤즈볼라 무장 해제를 돕기 위해 시리아군을 레바논 동부로 보내도록 독려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톰 배럭 주튀르키예 미국대사 겸 시리아 특별대표는 이 같은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두 강대국의 셈법이 서로 어긋나는 지점에서, 시리아의 외교적 행보는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균형을 찾으려는 시리아의 몸짓

 

헤즈볼라는 지금도 레바논 남부에서 이스라엘군과 교전을 이어가며 광범위한 피해를 낳고 있다. 미국이 주도한 정전 중재로 군사적 긴장은 다소 누그러졌지만, 항구적인 평화까지는 아직 이르지 못한 상태다. 새 다마스쿠스 정부는 미국·이스라엘·이란이 얽힌 역내 갈등에 되도록 발을 담그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여왔고, 시리아와 레바논 양쪽 사회에 뿌리 깊은 종파적 긴장을 자극할 수 있는 군사적 개입에는 특히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그런 시리아가 헤즈볼라와의 대화 가능성을 스스로 열어 보인 것은, 주변 강대국의 압박과 자국의 안정이라는 두 무게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몸짓으로 읽힌다. 내전의 폐허를 딛고 일어서야 하는 시리아에 이웃 레바논과의 관계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에 가깝다. 폐허가 된 국경 지대를 사이에 두고 두 나라가 그려나갈 다음 장면은, 이 지역의 평화가 어디로 향할지를 가늠하는 또 하나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작성 2026.07.02 20:27 수정 2026.07.02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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