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회담을 두고 서로 다른 말을 쏟아내던 두 나라가, 마침내 한 방향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만날지 안 만날지조차 모른다"라던 미국과 이란이, 도하의 협상 테이블에서 얽힌 매듭을 풀어냈다. 중재자는 카타르와 파키스탄, 두 나라다. 총성이 멈춘 자리에 말(言)이 들어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인내가 필요했는가. 불신의 골이 깊었던 만큼, 이 작은 진전 하나가 던지는 울림도 크다.
주말의 총성 뒤에 찾아온 대화
지난 6월 17일 서명된 14개 조항 양해각서는 4월 휴전을 연장하고 핵 프로그램 논의와 항구적 평화를 향한 길을 열어두었다. 그러나 합의 이후에도 신뢰는 좀처럼 쌓이지 못했다. 지난 주말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상호 공격이 재발하며 협상의 토대 자체가 흔들렸다. 그런 위태로운 국면에서 양측은 다시 도하로 향했고, 스위스 루체른 정상회의에서 마련한 성과를 발판 삼아 실무 대화를 이어갔다. 대화는 직접 대면이 아니라, 중재자가 양측의 입장을 오가며 전달하는 간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카타르·파키스탄 중재로 이룬 진전
카타르 외교부 대변인 마지드 알 안사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카타르와 파키스탄 중재단이 미국·이란 대표단과 각각 별도 회담을 마쳤으며, '이슬라마바드 양해각서'와 관련한 사안에서 긍정적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그는 양측이 앞으로 논의를 계속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다만 다음 회담은 미국의 공격으로 사망한 이란 전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장례 절차가 끝난 뒤 가능한 한 이른 시점에 열릴 예정이다. 하메네이는 지난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 첫날 공습으로 사망했으며, 그의 장례는 7월 4일부터 9일까지 이란과 이라크의 주요 도시에서 엿새간 이어진다. 미국 측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와 재러드 쿠슈너는 카타르 총리 및 국왕과 회동했으나, 이란 외교관과 직접 대면하지는 않았다.
동결 자산과 이행 논란이라는 숙제
협상의 실질적 쟁점은 여전히 이란의 동결 자산이다. 이란 외무부 부장관 카젬 가리바바디는 이번 도하 논의가 카타르에 묶인 60억 달러 규모 자산의 단계적 반환 문제에 집중됐다고 밝혔다. 동시에 그는 미국이 레바논 관련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회담에서 제기했다고 강조했다. 신뢰의 회복이 여전히 진행형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워싱턴의 기류는 조심스러운 낙관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협상을 "매우 좋은 회담"이라 평하며 이란의 비핵화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반면 J.D. 밴스 부통령은 대화가 잘 풀리고 있다면서도, 군사행동 재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협상의 성패가 결국 이란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경고였다.
매듭 하나가 풀렸다고 실이 온전히 이어진 건 아니다. 동결 자산 반환과 레바논 이행 문제,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라는 굵직한 실타래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서로를 향해 총구를 겨누던 두 나라가 중재자의 손을 빌려 대화의 끈을 놓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번 도하 회담은 큰 의미를 지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