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좌를 30년 가까이 지켜온 남자에게, 군복을 벗은 한 장군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우고 있다. 이스라엘 총선이 가을로 다가오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견고했던 지지율 위에 작은 균열이 번지기 시작했다. 그 균열의 이름은 가디 에이젠코트, 전직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이다. 여론조사 수치는 매주 출렁이지만, 한 가지만은 분명해졌다. 더 이상 네타냐후의 적수는 베네트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스라엘 정치 지형이 다시 짜이고 있다.
군인 출신이 정치를 흔드는 이유
이스라엘은 오는 10월 늦어도 총선을 치러야 한다. 가자 전쟁과 이란과의 무력 충돌을 거치며 네타냐후의 리쿠드당 지지율은 한때 급락했고, 그 자리를 메운 인물이 바로 군 참모총장을 지낸 가디 에이젠코트다. 그는 전사한 아들을 둔 아버지이자 모로코계 이주민 가정 출신이라는 개인사로, 이스라엘 사회의 변두리였던 미즈라히(중동·북아프리카계 유대인) 유권자에게까지 정서적 호소력을 발휘하고 있다. 채널12 방송의 칼럼니스트 나훔 바르네아는 그를 두고 "사람들이 안아주고 싶어지는 인물"이라 평한 바 있다.
한 자리 차이로 좁혀진 격차
채널12가 발표한 최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늘 선거가 치러질 경우 네타냐후의 리쿠드당은 24석을 얻어 의회 최대 정당 자리를 지킬 전망이다. 그러나 에이젠코트가 이끄는 중도 성향 야시르당은 22석까지 치고 올라와 의석 차이를 단 두 석으로 좁혔다. 총리 적합도를 묻는 일대일 가상 대결에서는 격차가 더욱 좁혀진다. 네타냐후가 37%, 에이젠코트가 36%의 지지를 받아 단 1%포인트 차이로 나타났다. 야권 전체 의석은 58석, 연립여당은 52석으로 집계됐지만, 양측 모두 정부 구성에 필요한 61석에는 미치지 못한다. 민주당 10석, 이스라엘베이테이누·샤스가 각 9석, 아랍계 두 정당이 각 5석을 가져갈 것으로 예측됐다.
흑색선전이 부른 역풍
정치권의 신경전은 여론조사 수치를 넘어 실제 캠페인으로 옮겨붙었다. 리쿠드당은 자당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에 "티비 없이는 가디도 없다"라는 문구와 함께 인공지능으로 제작된 11초 분량 영상을 게시했다. 영상에는 에이젠코트와 아랍계 유력 의원 ‘아흐메드 티비’가 먹구름 낀 의사당 앞에 나란히 선 모습이 담겼다. 에이젠코트 측이 정부를 구성하려면 결국 아랍 정당의 지지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였다. 그러나 이러한 공세는 오히려 네타냐후 진영의 반아랍 정서 선동이라는 비판을 불러왔고, 일각에서는 이 같은 흑색 캠페인이 도리어 에이젠코트의 지지층 결집을 돕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숫자 하나, 1%포인트라는 간격이 이스라엘 정치사의 흐름을 다시 쓸 수 있을지는 아직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다만 분명한 것은, 30년 가까이 이어진 한 사람의 시대가 처음으로 진짜 도전자를 만났다는 사실이다. 군인의 언어로 정치를 말하는 남자와 정치의 언어로 안보를 말해온 남자. 이스라엘 유권자들은 가을의 투표함 앞에서 어느 쪽 목소리에 손을 들어줄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