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인권위원회가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제도 개선 논의를 본격화한다. 현행 성년후견제도를 장애인의 의사를 대신 결정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지원의사결정(Supported Decision-Making)' 체계로 전환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된다.
"대신 결정"에서 "함께 결정"으로 패러다임 전환
국가인권위원회는 오는 7월 3일 오후 2시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장애인의 자기결정권 보장을 위한 지원의사결정 제도 모색'을 주제로 '2026 장애인 인권증진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번 토론회의 핵심 의제는 현행 성년후견제도를 대체의사결정 중심에서 지원의사결정 체계로 전환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그동안 후견인이 장애인을 대신해 주요 의사결정을 내려왔다면 앞으로는 장애인이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고 자신의 의사를 직접 표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발달장애인의 일상에서 시작되는 자기결정권
지원의사결정은 거창한 제도가 아니라 일상 속 선택에서 시작된다.
예를 들어 발달장애인이 어디에서 살 것인지, 자신의 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병원 치료를 받을 것인지, 어떤 일을 할 것인지를 결정할 때 보호자나 후견인이 곧바로 대신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기 쉬운 언어와 그림, 반복 설명 등을 통해 충분히 정보를 제공하고 당사자가 직접 선택하도록 돕는 방식이다.
즉, 결정을 대신하는 사람이 아니라 결정을 지원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 지원의사결정 제도의 핵심 가치다.
국제사회도 "지원의사결정"으로 전환 권고
우리나라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은 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 제12조 역시 장애인이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법적 능력을 인정받고 자신의 의사에 따라 삶을 결정할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성년후견제도는 후견인의 대리권 행사에 기반한 대체의사결정 방식으로 운영돼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도 2022년 대한민국 국가보고서 심의 최종견해를 통해 우리나라가 지원의사결정 체계로 전환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이번 토론회 역시 이러한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정책과 입법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다.
안전인가, 자기결정권인가…사회적 논쟁 본격화
이번 토론회가 던지는 가장 큰 화두는 안전과 자기결정권의 균형이다.
사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장애인의 결정을 대신해야 하는지, 아니면 위험을 최소화하면서도 당사자가 스스로 선택하도록 지원해야 하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전문가들은 장애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방식보다 필요한 지원을 제공해 자기결정권을 실현하는 것이 국제 인권 기준에 부합하는 방향이라고 보고 있다.
토론회에서는 박인환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이병훈 한국카리타스협회 신부의 발제에 이어 장애인 당사자, 공공후견인, 법원, 법무부,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이 참여해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지원받으며 스스로 결정하는 권리"가 핵심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과 입법 논의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애인 인권 분야에서는 자기결정권을 "혼자서 모든 것을 결정하는 권리"가 아니라 "필요한 지원을 받으면서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라고 설명한다.
이를 위해서는 당사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했는지, 이해하기 쉬운 언어와 그림 등을 활용했는지, 보호자의 의견이 당사자의 의견을 대신하지 않았는지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토론회는 제도 개선을 넘어 장애인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관점을 '대신 결정하는 보호'에서 '스스로 선택하도록 돕는 지원'으로 전환하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