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동보의 일히일비(13) - 엄마의 선택

30년 전 가난 속에서 피어난 '엄마의 선택', 아들의 미래를 바꾸다

'어머님께' 테마송과 같던 결핍의 시절, 인생 최고의 투자가 된 486 컴퓨터

코딩부터 미디어 편집까지… 과거의 결핍이 선물한 '인공지능 시대'의 강력한 무기

 

 

אַחַר (아하르) - 뒤에, 후에
 

이 후에 여호와의 말씀이 환상 중에 아브람에게 임하여 이르시되 아브람아 두려워하지 말라 나는 네 방패요 너의 지극히 큰 상급이니라(창 15:1)

 

'어려서부터 우리 집은 가난했었고~'라고 시작되는 god의 '어머님께'라는 노래는 나에게 있어서 테마송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엄만 항상 하드(아이스크림)를 두 개만 샀었다. '엄만 괜찮아'라며 동생과 내 것, 두 개만 사서는 '엄마 한 입만 줄래?'라고 하시던 모습이 기억난다. 그렇게 지독하게 아끼면서도 가난하던 우리 집이 정말 싫었다.

 

나는 어려서부터 과학 분야에 무척 관심이 많았다. 국민학교 시절 내 꿈은 '전자공학박사'와 '탐정'이었고, 책과 함께 당시 어느 생일에 아버지가 사주신 '과학상자'가 내 세상의 전부였다. 엄마가 '동보야, 뭐 먹고 싶어?'라고 물으면, 숨 돌릴 틈 없이 내 대답은 '조립식!'(프라모델)이었다. 그 갈증과 결핍 때문인지 컴퓨터에 대한 나의 갈망도 무척 컸다.

 

그러던 어느 날, 1996년쯤으로 기억한다. 486 컴퓨터가 생겼다. 엄마가 모든 소비를 멈추고 사준 내 첫 컴퓨터였다. 엄마는 지금도 그때 그 형편에도 불구하고 컴퓨터를 산 건 인생 최고의 투자였다고 말씀하신다.

 

처음엔 게임에 관심이 있었지만, 그 첫 컴퓨터를 계기로 ANSI, ASCII, gw basic, C언어를 거쳐 htm, 델파이, html 등 코딩 계열과 flash,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베가스 등의 미디어 프로그램들을 미친듯이 빨아들였다. 그러다 리눅스를 알게 되고 kdenlive, LMMS, 김프, 잉크스케이프 등 무료로도 얼마든지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리눅스의 신비로운 세계도 알게 되었다. 물론 내가 사용할 컴퓨터는 내가 직접 조립해서 사용했다.

 

지금은 20~30대 시절만큼 컴퓨터에 대해 자신이 있진 않다. 그래도 내게 필요한 만큼은 누구보다 잘 알고, 내게 필요한 것을 찾아볼 수 있는 정도는 된다. 오피스 프로그램들이나 미디어 편집 관련 프로그램들을 사용할 때, 아직은 마우스보다 단축키를 더 많이 쓰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인공지능 사용에 있어서도 내 또래의 다른 사람들보다는 조금 덜 낯설지 않을까 싶다.

 

나는 영상을 직접 제작하고 편집하기도 한다. 홈페이지도 직접 만든다. 사진 편집, 문서 작성은 누구보다 빠르다. 코딩 역시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해 두려움 없이 찾아보고 수정할 수 있다.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수입이 전혀 없을 때 종종 컴퓨터로 먹고 살기도 했으니 말이다.

 

뒤돌아보면, 그때의 가난과 첫 컴퓨터가 내 인생의 가장 큰 선물이었음을 느끼게 된다. 그때는 전혀 몰랐다. 한참이 지난 후, 그것도 30여 년이 지난 얼마 전에 깨달았다. 엄마의 선택은 단순히 한 대의 컴퓨터를 사준 것이 아니라 내 미래를 열어 준 결정이었고, 내가 힘들어하던 그 순간들을 포함한 나의 모든 순간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것을 말이다.

 

 


허동보 목사(Rev. Huh Dongbo) | 수현교회(Suhyun Church)
저서 | 『왕초보 히브리어 펜습자』, 『왕초보 헬라어 펜습자』, 『왕초보 히브리어 성경읽기』, 『고난, 절망의 늪에서 피어난 꽃』, 『부와 기독교신앙』, 『그와 함께라면』, 『만남』, 『AI시대, 히브리어로 답하다』 외

 

 

 

작성 2026.05.28 07:34 수정 2026.05.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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