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폭로 "이란 제재가 코인으로 뚫렸다"…바이낸스 메인 계좌, 15개월의 침묵의 진실

8억 5천만 달러의 그림자, 디지털 동맥 위로 흐른 혁명수비대 자금…바박 잔자니의 비밀 결제망

호르무즈 해협 통과료가 비트코인으로?…2026 디지털 제재 우회의 충격적 풍경

트럼프가 사면한 자오, 다시 흔들리는 바이낸스…미 재무부 vs 세계 최대 코인 거래소의 진실 게임

▲ AI 이미지,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제공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향한 전쟁을 이어 가는 시간, 워싱턴의 제재 그물망은 정말로 견고했던 것인가.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 자로 폭로한 한 편의 자료가 그 신화를 흔든다. 지금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Binance)가 이란 혁명수비대(IRGC)로 자금이 흘러드는 '디지털 동맥'으로 활용되었다는 의혹의 핵심이 제기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자신을 "반(反) 제재 운영자"로 소개해 온 이란 기업인 바박 잔자니가 있다. 그가 주도한 비밀 결제망이 2년 동안 약 8억 5천만 달러를 옮겼고, 그 위로 또 다른 17억 달러의 의심 자금이 같은 통로를 지나갔다는 것이 이번 보도의 골자이다. 디지털 그물 한 장이, 강대국의 외교적 그물을 어떻게 통과했는지를 보여주는 충격적 풍경이다.

 

제재의 그물 위에 친 디지털 우회로

 

이란은 핵 프로그램, 미사일 개발, 혁명수비대 후원 등을 이유로 2023년 이래 강화된 미국·유럽의 다중 제재 아래 놓여 있다. 공식 금융 채널 대부분이 봉쇄되었지만, 그 봉쇄선 너머로 새로운 길이 만들어졌다. 디지털 자산, 곧 암호화폐이다. WSJ가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이란 국민의 한 해 암호화폐 거래액만 100억 달러를 넘는다는 추산이 등장한다. 평범한 시민의 환전 수요부터 정권의 우회 자금까지 같은 그물을 통과한다. 보도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일부 선박이 통과료를 비트코인 또는 중국 위안으로 지불하도록 요구받았다는 사실까지 거론한다. 디지털이 곧 새로운 외환 시장이 된 셈이다. 그 정점에 잔자니라는 인물이 자리한다. 이미 2013년 미국 재무부에 의해 1차 제재된 그는, 2016년 이란 핵 합의로 일시 해제되었다가 2026년 1월 또다시 제재 대상에 올랐다.

 

같은 단말기로 움직인 가족·연인·임원의 계좌들

 

WSJ가 입수한 바이낸스 내부 컴플라이언스 보고서가 이번 폭로의 핵심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잔자니와 직접 연결된 단일 메인 계좌가 2년에 걸쳐 약 8억 5천만 달러 규모의 거래를 처리했다. 그뿐 아니다. 그의 누이, 연인, 동업 회사 임원의 명의로 개설된 보조 계좌들이 같은 단말기와 같은 인프라를 통해 동시에 운용되고 있었다. 바이낸스 내부 조사관들은 이를 "조직적 제재 우회 망"으로 평가했고, 컴플라이언스 책임자 일부는 계좌 폐쇄와 당국 신고를 권고했다. 

 

그러나 메인 계좌는 최소 15개월간 유지되었고, 2026년 1월까지도 살아 있었다. 별도로 의심거래로 분류된 자금 흐름은 약 12억 달러에 달했다. 잔자니가 운영한 것으로 보이는 런던 등록 거래소 '제드섹스(Zedcex)'의 계좌들 또한 2024–2025년 사이 약 8억3천만 달러의 거래를 기록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보도는 그 흐름의 종착지가 혁명수비대 산하 디지털 지갑이었다는 점에 무게를 두었다. 그 가운데 약 4억2천5백만 달러가 이란 군부로 직접 흘러들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란 중앙은행 연계 지갑에서 바이낸스 계좌로 옮겨진 자금도 약 1억700만 달러 규모로 보도되었다.

 

바이낸스 "사실 무근" vs 미 재무부 "심각한 우려"

 

바이낸스 대표 리처드 텡(Richard Teng)은 자신의 X(구 트위터)를 통해 "기사 내용은 본질적으로 부정확하다. 거론된 인물들이 제재 대상으로 지정되기 이전의 거래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회사 대변인 또한 제재 대상 개인이나 디지털 지갑과의 거래는 어떤 상황에서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다만 바이낸스는 2023년 자금세탁 방지법 위반 혐의로 미 당국에 유죄를 인정하고 43억 달러의 합의금을 납부한 전력이 있다. 창업자 창펑 자오(Changpeng Zhao)는 4개월 복역 후 2025년 10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사면을 받았다. 

 

한편, 미 재무부는 이번 보도 직전 이란 연계 디지털 자산 약 3억 4천4백만 달러를 동결했고, 지난 3월에는 바이낸스 임원진과 별도 회동을 가져 이란 관련 거래에 관한 의무를 직접 거론한 것으로 전해진다. WSJ가 인용한 익명의 내부 직원 일부는 1억 2천만 달러 이상의 의심 거래를 보고했다가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고 진술했다. 바이낸스 측은 해당 직원들의 이직은 컴플라이언스 사안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한다.

 

디지털 그물 위로 흐르는 새 전쟁의 자금

 

이번 폭로는 단순한 금융 스캔들이 아니다. 21세기 제재 외교가 디지털 자산의 그물 위에서 어떻게 무력화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결정적 장면이다. 폭격기는 멈춰 세울 수 있어도, 블록체인 위로 흐르는 0과 1의 신호는 멈춰 세우기 어렵다. 이 보도가 신뢰의 영역에 다 들어왔다면, 이미 수십억 달러의 자금이 이란 군부의 미사일과 기지 운영을 향해 굴러간 셈이다.

작성 2026.05.24 00:01 수정 2026.05.2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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