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동보의 일히일비(9) - 그때도 지금도...

'만약'이라는 가정 앞에 선 방황의 기억과 엇갈린 선택들

변하지 않는 본질, 근엄함 뒤에 숨겨진 여전한 우울과 반항

사선(死線)을 넘나들던 삶을 지탱한 보이지 않는 손의 확신

 

 

אָז (아즈) - 그때에
 

이 때에 모세와 이스라엘 자손이 이 노래로 여호와께 노래하니 일렀으되 내가 여호와를 찬송하리니 그는 높고 영화로우심이요 말과 그 탄 자를 바다에 던지셨음이로다(출 15:1) 


어린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난 지금도 '공부 잘 하는 아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중학교 2학년쯤, 사춘기 무렵부터 방황이 시작되었다. 중학교 3학년 때는 예술고등학교를 가서 음악을 하고 싶었지만, 인문계 고등학교를 가게 되었다. 결국, 몇 달을 못 다니고 자퇴를 한 후 락밴드 활동을 하게 되었다. 함께 음악하던 선후배와 동기들 몇몇은 지금 대한민국 대중음악사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에 있다. 그때, 내가 예고를 갔다면 나도 그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을까?

 

내 청년기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항상 문제 일으키는 꼴통 녀석'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길거리에서 눈만 마주쳐도 시비를 걸었고, '제발 누가 날 좀 죽여줘'라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신이 있다면, 내 인생이 이렇게 흘러가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 사람들은 나에게 기도하라고 말했다. 만약 그때, 신앙 생활을 열심히 했다면 난 지금보다 훨씬 편안한 삶을 살아갈 수 있었을까?

 

내가 살면서 그나마 좀 큰 돈을 벌어본 적은 단 한 번밖에 없다. 그 일은 불법적인 일이었지만, 정말 쉽게 돈 버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경찰에 잡혀갈 만한 큰 일도 아니었다. 당시 불법이지만 법의 사각지대쯤에 있는 일이었다. - 참고로 지금 그 일을 하면, 경찰에 잡혀간다 - 만약 그 일에 빠져서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었다면, 난 부자로 살아갈 수 있었을까?

 

사람들은 내가 지금 많이 변했다고 말한다. 방황하던 모습을 찾아볼 수 없고, 목사다운 근엄한 모습에 여러 가지 일을 아주 생산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까지 변함없이 공부를 좋아하고, 항상 우울하고 반항적이면서 비판적이고, 돈을 잘 벌지 못한다.

 

그때, 내가 예술고등학교를 갔다고 해도, 신앙 생활을 열심히 했다고 해도, 불법적인 일로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해도 지금의 상황과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을 것 같다. 지금 이렇게 나를 돌봐주시고 지켜주시는 존재가 그때는 돌봐주지도 지켜주지도 않았을까? 아니다. 그때도 변함없이 나를 돌보시고 지켜주셨다.

 

이렇게 확신할 수 있는 이유는 누구보다 나 자신의 성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때, 나를 지켜주시는 그 존재가 없었다면, 난 지금껏 이렇게 건강하게 살아있을 수가 없었을 거다. 사고든 자살이든 약물이든 무엇으로든 말이다.

 

 


허동보 목사(Rev. Huh Dongbo) | 수현교회(Suhyun Church)
저서 | 『왕초보 히브리어 펜습자』, 『왕초보 헬라어 펜습자』, 『왕초보 히브리어 성경읽기』, 『고난, 절망의 늪에서 피어난 꽃』, 『부와 기독교신앙』, 『그와 함께라면』, 『만남』, 『AI시대, 히브리어로 답하다』 외

 

 

 

작성 2026.05.15 22:30 수정 2026.05.15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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