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동보의 일히일비(6) - 이제는 달짝지근한 그 지린내

오리역 노숙에서 서울역 사역까지, 텐트 위에서 마주한 삶의 역설

꽁지머리 전도사의 치열한 30대, 가난과 고난 속에서 발견한 신의 그늘

지독했던 서울역 지린내가 그리움으로... 절망을 넘어 도약을 준비하던 시간

 

 

אֹהֶל (오헬) - 장막, 천막
 

여호와께서 마므레의 상수리나무들이 있는 곳에서 아브라함에게 나타나시니라 날이 뜨거울 때에 그가 장막 문에 앉아 있다가(창 18:1) 


아주 오래전에 오리역에서 노숙을 했던 적이 있다. 그때가 몇 년도인지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오리역이 막 생긴 즈음이었던 것 같다. 역 주변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었다. 그때 노숙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면, 난 서울역으로 가지 않았을까 싶다. 최소한 먹거리는 해결할 수 있었을테니 말이다.

 

이런게 인생의 역설이 아닐까 싶다. 본의 아니게 2011년부터 서울역에서 노숙인 사역을 한 적이 있다. 당시 난 노숙인 사역은 생각을 해 본 적도 없었다. 단지 어느 지인 목사님의 강권에 의해 서울역으로 불려 가서 그 분의 후임으로 사역을 시작했었다. 서울역 광장에서 예배를 드리는 교회였기에 함께 천막을 펴고, 함께 철수하는 작업과 더불어 찬양을 담당했다. 그야말로 천막의 시간들이었다.

 

난 공부를 아주 많이 늦게 시작한 케이스라 30대 후반이었던 당시에 전도사였다. 그리고 장발에 꽁지머리를 하고 다녔다. 물론 장발에 꽁지머리를 한 이유는 Rock Spirit이 충만하기도 했지만, 실상 그때는 머리를 깎을 경제적 여유가 없었다. 당시 매해 연말에 확인했던 내 통장 잔고는 1만원 미만이었다. 매월 월세와 각종 세금 때문에 기도를 하지 않을 수 없었던 나의 10여년이었다.

 

하필 노숙인 사역이라니! 월급도 없이 차비 정도만 받는 무급사역이었다. 무일푼에 차비마저 장애인 무임 승차권으로 전철을 타고 다니는 일개 전도사가 돈을 벌기는 커녕 무급으로 노숙인 사역을 했다는 것을 '믿음'으로 포장하고 싶지는 않다. 게다가 장애인이었고 학교를 다녀야 해서 일반적인 직업을 찾을 수는 없었다. 학교를 그만두면 모든 것이 해결되었겠지만, 주머니에 유서와 자퇴서를 매일 들고 다니면서도 자퇴를 하지 않았다.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모르겠지만, 실행에 옮기려 할 때마다 마치 뜨거운 날의 나무 그늘과 산들바람처럼 무언가가 나로 하여금 숨 쉴 틈을 만들어 주었다.

 

아는 사람들은 알다시피 서울역에 가면 그 입구에서부터 지린내가 진동을 한다. 그 냄새 속에서 노숙인들에게 소주병으로 머리를 맞아 봤고, 머리 끄댕이도 잡혀 봤다. 천막을 설치하다가 손을 다쳐 퉁퉁 부은 손으로 한동안 고생했던 기억도 있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지만, 그 시간들은 마치 보호받고 있는 시간들이었던 것 같다. 끝 없으리라 느껴지던 고뇌와 절망 속에서 움츠린 자세로 도약을 준비할 수 있었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가급적 이야기를 하고 싶진 않지만, 사실 그 때가 가끔 그리워진다. 가끔은 그 지독했던 지린내가 그리움의 향기가 되어 코 끝에 스치우기도 한다.

 

 

 

허동보 목사(Rev. Huh Dongbo) | 수현교회(Suhyun Church)
저서 | 『왕초보 히브리어 펜습자』, 『왕초보 헬라어 펜습자』, 『왕초보 히브리어 성경읽기』, 『고난, 절망의 늪에서 피어난 꽃』, 『부와 기독교신앙』, 『그와 함께라면』, 『만남』, 『AI시대, 히브리어로 답하다』 외

 

 

 

작성 2026.05.10 19:23 수정 2026.05.10 19:41

RSS피드 기사제공처 : 미디어 울림 / 등록기자: 허동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해당기사의 문의는 기사제공처에게 문의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horts NEWS 더보기
KOEIA 중소기업 뉴스 포커스 | 영인에스티 AI-MRV 탄소중립 플랫..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101)
라오스로 떠나는 청년들, 아동 복지 패러다임 바꾼다
포항 상권 살리는 한동대 AI 창업 지원 사업 가동
AI 보안 패러다임 바꾼다, 에이아이딥 차세대 솔루션 공개
AI로 불법 현수막 꼼짝 마! 지자체 CCTV와 차량이 실시간 자동 추적..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미용실, 무신고 유사 의료행위 심각… 포상금 최대 2..
대한민국을 함께 바꿀 기업 당신은 무엇으로 기억되겠습니까 #CCBS #공..
비오는 지금. 주님의 약속을 기다려봅니다. #찬양 #사랑 #예수님 #..
6근(눈귀코혀몸뜻)×6경(색성향미촉법)×3세(과거현재미래), 태양직경은 ..
#이용사자격증 #인천부평이용학원 한번에 합격했어..
ai365news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면 세상이 달라집니다 #좋은사람 #행복나눔 #사랑나눔..
AI 매칭엔진 도입 2026 충청권 ICT 취업박람회 개최
국회 조형물 거장 정보원 작가, 50년 베일 벗는다...성북서 역대급 전..
반도체 끝났다고? 모건스탠리가 폭로한 하반기 주식 대이동 시그널
'제2회 전국 우리소리 경창대회' 종로에서 화려한 개막
자연의 모든 것이 대립과 조화로 움직인다고 보았기때문. 짝수는 균형과 안..
보양식을 먹어야 하는 날~。#jejuolletrail #ssicho
박상돈 교수의 좌충우돌 성경신학[19]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100)
경기도 토지거래허가구역 실거주·경작 사후조사 착수 | 부동산 투기 철퇴 ..
단 하나의 빛이 세상을 바꿨습니다 #선한영향력 #CCBS #칭찬위원연합회..
당 고종이 신라를 공격하려 한다는 군사정보를 신라 문무왕에게 급히 알리..
허동보의 일히일비(19) - 가려 먹는다고 큰 일이 나진 않아요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99)
사랑이 세상을 하나로 만드는 순간 #사랑나눔축제 #칭찬위원연합회 #사랑으..
매듭은 지었지만, 자리는 지킵니다 | 계약해제 수용하라, 현대건설 결단하..
유튜브 NEWS 더보기

브랜드 가치를 넘어선 존재의 거룩한 광휘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101)

나경원 국민의힘 국회의원 초청토론회

박상돈 교수의 좌충우돌 성경신학[19] - 이스라엘 3대 절기와 그 의미

두려움을 신뢰로 바꾸는 관계의 언어학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100)

상리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보장특구사업 상리마을 주민리더 도쿄탐방기

봄 (Feat.황정호)

흩어진 말들을 모아 하나의 질서로 세우는 법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99)

[50 Movements] #9 쇼스타코비치 왈츠 2번 | 리처드 용재 오닐 & 디토 오케스트라 | Shos...

병원 광고비, 어디서 새고 있습니까? 팀퍼포먼스 정용훈 대표가 말하는 AI 병원 마케팅

믿음의 선배들(8) - 타협을 모르는 순교자, 로마의 히폴리투스

개인vs법인사업자 장단점과 법인전환 절세방법(feat. 가족법인과 영업권으로 절세하기)

박상돈 교수의 좌충우돌 성경신학[18] - 사라진 열 지파, 흔적 찾기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98) 욕망의 수렁에서 건져 올린 영혼의 정교한 매뉴얼

#쏠롱구스노래들024 #SOS024 #광야 #Wilderness #정원진 #solongus #CCM #car...

HAUSER - Oblivion (Piazzolla)

칭찬사랑나눔 칭찬합시다축제시작된다. #칭찬문화

은혜와 감동이 물결치는 찬양 - 삼일노회 수련회

믿음의 선배들(7) - 열정의 신학자, 알렉산드리아의 오리게네스

박상돈 교수의 좌충우돌 성경신학[17] - 피 터지는 성전논쟁, 그 시작은?

캔바는 디자이너의 업무를 어떻게 바꾸었을까? l Canva 팝업 행사 디자인 과정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