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칼럼] 166화 비에 젖은 땅의 냄새

일상은 빠르게 흘러간다. 해야 할 일들이 먼저다

그 속에서 우리는 감각을 놓친다. 냄새를 지나치고, 장면을 흘려보낸다

그러나 그 작은 순간들이 모여 하루의 결을 만든다

오히려 그 짧음이 더 선명한 감정으로 남는지도 모른다. [사진=김기천 칼럼니스트]

 

월요일 아침의 멈춤

월요일 아침 출근길, 비가 내리고 있었다. 서두르는 발걸음들이 이어지는 길 위에서 한순간 걸음을 늦췄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그 짧은 멈춤이 하루의 흐름을 바꾸기에 충분했다.

 

코끝에 닿은 감각

크게 내리는 비는 아니었다. 그러나 젖은 땅에서 올라오는 흙냄새가 코끝에 닿았다. 그 냄새는 단순한 감각이 아니었다. 흘러가던 시간을 붙잡는 힘이었다. 잠시 멈춰 서게 만드는, 설명하기 어려운 감각이었다.

 

시선이 머문 자리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은 비를 맞고 있는 꽃들이었다. 많은 비도 아니었지만, 꽃들은 고개를 들고 있었다. 조용히 흔들리며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 모습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었다. 하나의 장면으로 남았다.

 

같은 비, 다른 의미

같은 비를 맞고 있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그저 지나가는 날씨였다. 또 다른 존재에게는 기다리던 시간이었다. 상황은 같았지만 의미는 달랐다. 그 차이는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만들어졌다.

 

시로 남겨진 순간

그 아침의 장면을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 한 편의 시로 남겼다.

 


비에 젖은 땅의 냄새 / 김기천

 

살포시
비가 내린 아침
 

젖은 흙냄새가
코끝에 스민다
 

조용히 스며든 물기
그 사이로
고개를 드는 것들
 

형형색색 꽃들이
물빛을 머금고
 

잔잔한 빗속에서
가만히 흔들린다

 

시가 하는 역할

시는 특별한 이야기를 담지 않는다. 이미 지나가고 있는 순간을 붙잡는다. 그리고 그 감정을 다시 건넨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각을 가장 간결한 형태로 남긴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

일상은 빠르게 흘러간다. 해야 할 일들이 먼저다. 그 속에서 우리는 감각을 놓친다. 냄새를 지나치고, 장면을 흘려보낸다. 그러나 그 작은 순간들이 모여 하루의 결을 만든다.

 

멈춤의 필요

잠시 멈추는 것. 그 짧은 선택이 다르게 만든다.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느껴지지 않던 것이 느껴진다. 멈춤은 단순한 정지가 아니다. 감각을 회복하는 과정이다.

 

함께 생각해볼 질문

나는 오늘 무엇을 지나치고 있는가. 
감각을 느낄 여유를 스스로에게 허락하고 있는가. 
그리고 나는 나의 하루를 얼마나 의식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결국 남는 것

비는 그쳤다. 꽃도 다시 말랐다. 그러나 그 순간은 남는다. 기록된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분명해진다. 삶은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붙잡은 순간들로 이루어진다.

 

✍ ‘보통의가치’ 뉴스는 작은 일상을 기록하여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치를 전하고 있습니다.

작성 2026.04.30 12:30 수정 2026.04.3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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