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와 신뢰를 가꾸는 언어의 책임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77)

파편화된 사실을 넘어 온전한 진실로 나아가는 길

타인의 이름을 내 몸처럼 아끼는 인격적 환대

공동체의 기초 자산인 ‘신뢰’를 증진하는 소통법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제77문

 

Q. What is required in the ninth commandment? A. The ninth commandment requireth the maintaining and promoting of truth between man and man, and of our own and our neighbor’s good name, especially in witness bearing.
문. 제9계명이 명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답. 제9계명이 명하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진실을 보존하고 증진시키며, 우리 자신과 이웃의 명예를 보존하고 증진시키는 것인데, 특히 증언할 때에 더욱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너희가 행할 일은 이러하니라 너희는 이웃과 더불어 진리를 말하며 너희 성문에서 진실하고 화평한 재판을 베풀고(슥 8:16)
데메드리오는 뭇 사람에게도, 진리에게서도 증거를 받았으매 우리도 증언하노니 너는 우리의 증언이 참된 줄을 아느니라(요삼 1:12) 
신실한 증인은 거짓말을 아니하여도 거짓 증인은 거짓말을 뱉느니라(잠 14:5)
충성된 증인은 사람의 생명을 구원하여도 거짓말을 뱉는 사람은 속이느니라(잠 14:25)

 

[이미지 제공=수현교회]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제77문은 십계명 제9계명의 의무를 단순한 '침묵'이나 '거짓의 부재'에 가두지 않는다. 오히려 "진실을 보존하고 증진(Maintaining and promoting of truth)"하라는 적극적인 사회적 책임을 부여한다. 이는 진실이 가만히 놔두면 유지되는 자연물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부단한 노력과 용기를 통해 가꾸어야 할 '정원'과 같음을 시사한다.

 

특히 이 계명은 진실의 수혜 대상을 '우리 자신'과 '이웃' 모두로 설정하며, 인간관계의 가장 고귀한 자산인 '명예(Good name)'를 수호할 것을 명한다.

 

명예는 한 개인의 인격이 사회적으로 투영된 '얼굴'이다. 소요리문답은 타인의 명예를 보호하는 것을 나의 권리를 지키는 것만큼이나 엄중한 도덕적 과업으로 제시한다. 프랑스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Emmanuel Levinas, 1906-1995)는 타인의 얼굴을 마주하는 행위 자체가 그 존재에 대한 무한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보았다. 

 

우리가 이웃의 선한 이름을 지켜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그 사람의 사회적 생존권을 보장하는 인격적 환대다. 반대로 진실을 알고도 침묵하거나, 오해받는 이웃을 변호하지 않는 것은 제9계명이 요구하는 '적극적 보존'의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가 될 수 있다.

 

또한, 이 계명은 '자기 자신의 명예'를 지키는 일도 포함한다. 이는 교만한 자기 과시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단독자로 서 있는 인간으로서의 정직함과 품위를 유지하라는 뜻이다. 스스로 부끄러운 일을 멀리하고 진실하게 행동함으로써 자신의 이름이 훼손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은, 나를 창조하신 분에 대한 예우이자 공동체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내가 정직할 때 비로소 나의 증언은 권위를 얻으며, 타인을 위한 변호도 힘을 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와 공공 영역에서 '증언(Witness bearing)'의 가치는 시스템의 성패를 가른다. 투명한 정보 공개, 정직한 성과 보고, 그리고 동료의 가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피드백 문화는 소요리문답 제77문이 현대적으로 변주된 모습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실"이 증진될 때 거래 비용은 최소화되고 협력의 시너지는 극대화된다. 사실(Fact)을 나열하는 것을 넘어, 그 사실이 공동체에 유익을 끼치는 진실(Truth)이 되도록 맥락을 살피는 지혜가 필요하다.

 

소요리문답 제77문은 우리를 '진실의 연대'로 초대한다. 세상은 때로 자극적인 폭로와 교묘한 왜곡으로 누군가의 명예를 무너뜨리는 데 열광하지만, 그리스도인은 진실의 파수꾼이 되어 이웃의 선한 이름을 지켜주어야 한다. 내가 던지는 말 한마디가 이웃의 인격을 세우는 벽돌이 되고 있는지, 아니면 그 성벽을 허무는 망치가 되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진실을 말하는 용기와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자비가 만나는 곳에서, 비로소 인간다운 삶의 향기가 피어난다.

 

 

 

허동보 목사(Rev. Huh Dongbo) | 수현교회(Suhyun Church)
저서 | 『왕초보 히브리어 펜습자』, 『왕초보 헬라어 펜습자』, 『왕초보 히브리어 성경읽기』, 『고난, 절망의 늪에서 피어난 꽃』, 『부와 기독교신앙』, 『그와 함께라면』, 『만남』, 『AI시대, 히브리어로 답하다』 외

 

 

 

작성 2026.04.29 14:01 수정 2026.04.29 14:01

RSS피드 기사제공처 : 미디어 울림 / 등록기자: 허동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해당기사의 문의는 기사제공처에게 문의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horts NEWS 더보기
KOEIA 중소기업 뉴스 포커스 | 영인에스티 AI-MRV 탄소중립 플랫..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101)
라오스로 떠나는 청년들, 아동 복지 패러다임 바꾼다
포항 상권 살리는 한동대 AI 창업 지원 사업 가동
AI 보안 패러다임 바꾼다, 에이아이딥 차세대 솔루션 공개
AI로 불법 현수막 꼼짝 마! 지자체 CCTV와 차량이 실시간 자동 추적..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미용실, 무신고 유사 의료행위 심각… 포상금 최대 2..
대한민국을 함께 바꿀 기업 당신은 무엇으로 기억되겠습니까 #CCBS #공..
비오는 지금. 주님의 약속을 기다려봅니다. #찬양 #사랑 #예수님 #..
6근(눈귀코혀몸뜻)×6경(색성향미촉법)×3세(과거현재미래), 태양직경은 ..
#이용사자격증 #인천부평이용학원 한번에 합격했어..
ai365news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면 세상이 달라집니다 #좋은사람 #행복나눔 #사랑나눔..
AI 매칭엔진 도입 2026 충청권 ICT 취업박람회 개최
국회 조형물 거장 정보원 작가, 50년 베일 벗는다...성북서 역대급 전..
반도체 끝났다고? 모건스탠리가 폭로한 하반기 주식 대이동 시그널
'제2회 전국 우리소리 경창대회' 종로에서 화려한 개막
자연의 모든 것이 대립과 조화로 움직인다고 보았기때문. 짝수는 균형과 안..
보양식을 먹어야 하는 날~。#jejuolletrail #ssicho
박상돈 교수의 좌충우돌 성경신학[19]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100)
경기도 토지거래허가구역 실거주·경작 사후조사 착수 | 부동산 투기 철퇴 ..
단 하나의 빛이 세상을 바꿨습니다 #선한영향력 #CCBS #칭찬위원연합회..
당 고종이 신라를 공격하려 한다는 군사정보를 신라 문무왕에게 급히 알리..
허동보의 일히일비(19) - 가려 먹는다고 큰 일이 나진 않아요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99)
사랑이 세상을 하나로 만드는 순간 #사랑나눔축제 #칭찬위원연합회 #사랑으..
매듭은 지었지만, 자리는 지킵니다 | 계약해제 수용하라, 현대건설 결단하..
유튜브 NEWS 더보기

브랜드 가치를 넘어선 존재의 거룩한 광휘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101)

나경원 국민의힘 국회의원 초청토론회

박상돈 교수의 좌충우돌 성경신학[19] - 이스라엘 3대 절기와 그 의미

두려움을 신뢰로 바꾸는 관계의 언어학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100)

상리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보장특구사업 상리마을 주민리더 도쿄탐방기

봄 (Feat.황정호)

흩어진 말들을 모아 하나의 질서로 세우는 법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99)

[50 Movements] #9 쇼스타코비치 왈츠 2번 | 리처드 용재 오닐 & 디토 오케스트라 | Shos...

병원 광고비, 어디서 새고 있습니까? 팀퍼포먼스 정용훈 대표가 말하는 AI 병원 마케팅

믿음의 선배들(8) - 타협을 모르는 순교자, 로마의 히폴리투스

개인vs법인사업자 장단점과 법인전환 절세방법(feat. 가족법인과 영업권으로 절세하기)

박상돈 교수의 좌충우돌 성경신학[18] - 사라진 열 지파, 흔적 찾기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98) 욕망의 수렁에서 건져 올린 영혼의 정교한 매뉴얼

#쏠롱구스노래들024 #SOS024 #광야 #Wilderness #정원진 #solongus #CCM #car...

HAUSER - Oblivion (Piazzolla)

칭찬사랑나눔 칭찬합시다축제시작된다. #칭찬문화

은혜와 감동이 물결치는 찬양 - 삼일노회 수련회

믿음의 선배들(7) - 열정의 신학자, 알렉산드리아의 오리게네스

박상돈 교수의 좌충우돌 성경신학[17] - 피 터지는 성전논쟁, 그 시작은?

캔바는 디자이너의 업무를 어떻게 바꾸었을까? l Canva 팝업 행사 디자인 과정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