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cus 해설] “AI는 도구” 쏟아지는 선언 속, 창작자 살릴 진짜 권리 검증

철학 논쟁은 끝, 휴먼 아티스트리가 요구한 딥페이크 방지와 보상

시각 예술가기구의 5원칙, 내 작품 이름 지키는 크레딧표기 핵심

무단 학습 막을 옵트인 필수, 껍데기 선언 걸러낼 실전 검증법


철학적 논쟁의 종언, 예술가의 생존은 이제 제도의 문제 
인공지능이 과연 예술가인지 아닌지를 묻는 추상적인 철학 논쟁은 이제 끝났다. 기술이 예술의 영역에 깊숙이 들어온 지금, 핵심 의제는 동의와 보상이라는 지극히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권리의 분배로 이동했다. 


바야흐로 모든 예술 창작이 데이터로 전환되어 소비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인공지능은 창작자를 보조하고 영감을 불어넣는 거대한 증폭기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이 압도적인 도구가 과연 누구의 데이터를 무단으로 먹고 자랐는지, 그로 인해 발생한 이익은 누구에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합리적인 규칙은 여전히 부재하다. 이제는 화려한 수사학이나 피상적인 권리 선언을 넘어, 검증 가능한 권리라는 단호한 언어로 담론의 초점을 이동해야 할 때다.

 

<Copyright Shield>  = Prompted by The Imaginary Pocus, Generated by Midjourney


전 세계적 권리 선언과 휴먼 아티스트리의 등장 
창작물 무단 사용에 맞서는 예술가들의 연대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물결을 이루고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즈오 이시구로와 할리우드 배우 줄리앤 무어를 비롯한 1만 명 이상의 전 세계 문화예술인들은 인공지능 기업의 일방적인 무단 학습을 강력히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한국 역시 이러한 글로벌 흐름에 발 빠르게 합류했다.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는 올해 초, 인간 창작자의 권리 우선과 딥페이크(인공지능으로 만든 조작 콘텐츠) 방지를 핵심 과제로 내세운 국제 연합체 휴먼 아티스트리 캠페인에 국내 단체 중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최근 국제 예술 그룹 하우스오브레전드 또한 인공지능은 그저 도구일 뿐 창작의 주체는 언제나 인간이라는 선언을 연이어 내놓았다. 물론 현재 이들의 선언은 소셜미디어를 통한 캠페인 수준으로, 구체적인 서명 주체나 권리 실행 장치까지는 온전히 검증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선언이 계속해서 등장한다는 사실 자체가, 단순한 기술 배척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 속에서 창작의 정체성과 고유한 권리를 지켜내려는 집단적인 움직임이 본격화되었음을 의미한다.


동의 없는 데이터 전환과 기업 중심의 불공정 경쟁

이토록 절박한 연대가 촉발된 근본적인 원인은 인공지능의 데이터 수집 과정이 품고 있는 구조적 폭력성에 있다. 거대 기술 기업들은 오랫동안 예술가들이 피땀 흘려 쌓아온 창작물을 어떠한 동의 절차도 없이 학습 데이터로 삼아 막대한 상업적 부를 창출했다.

 

심지어 이들은 기술 발전을 핑계로 기존의 저작권 체계를 약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일부에서 논의되는, 권리자가 적극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혀야만 학습 데이터에서 빼주는 옵트아웃 방식은, 기업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불공정 구조를 방치하는 교묘한 변명에 불과하다.

 

창작과 실연이 데이터로 전환되는 그 첫 순간부터 보상의 주체를 명확히 바로잡지 않는다면, 예술가의 숭고한 노동은 거대 기술 기업의 무상 자원으로 전락하고 만다.


크레딧 표기 상실이 불러올 창작 생태계의 고갈 
예술가 권리 보호의 실패는 단순히 개인 창작자의 수입 감소라는 일차원적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무단으로 생성된 기계적 창작물이 시장에 무분별하게 쏟아지면, 인간 예술가들은 극심한 불공정 경쟁에 내몰리게 된다. 


원작자의 고유한 이름인 크레딧표기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땀방울에 대한 공정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대다수 예술가들은 창작 활동을 지속할 최소한의 경제적 기반을 잃게 된다. 예술가들이 떠난 자리에서 새로운 창작이 멈추면, 결국 인공지능 스스로가 학습할 양질의 데이터마저 완전히 고갈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이는 예술 산업 전체의 구조적 위기이자, 인간의 창의성이 기술에 철저히 종속되어 버리는 치명적인 문명적 위험을 초래한다.


시각 예술가기구가 제시한 5원칙과 최소한의 방어선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그럴듯한 선언문들의 나열이 아니라, 제도로 작동하고 검증 가능한 명확한 권리 조항이다. 국제조형예술인협회 산하 시각예술가기구는 일찍이 인공지능 시대에 반드시 지켜져야 할 5가지 권리 보호 원칙을 결의안으로 채택했다. 


무단 사용을 금지하는 동의, 공정한 수익을 나누는 보상, 명확한 이용 허락 체계인 라이선스, 원작자를 알리는 크레딧표기, 그리고 학습 데이터 출처를 공개하는 투명성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마지못해 제외해 주는 방식을 넘어, 창작자가 스스로 원할 때만 적극적으로 사용을 허락하는 옵트인 제도의 전면적인 도입이 필수적이다.


더불어 거대 단체에 속하지 않아 법적 사각지대에 놓인 수많은 독립 창작자들까지 온전히 보호할 수 있는 촘촘한 입법망이 뒤따라야 한다. 인공지능은 그저 도구일 뿐이라는 예술가들의 외침은, 이 5가지 원칙이 견고한 법적 제도로 우리 사회에 뿌리내릴 때 비로소 진정한 현실이 될 것이다.


[2대 검증 체크 리스트] 
AI 예술 선언을 읽는 독자의 2대 검증 체크 리스트 새로운 인공지능 권리 선언이나 정책이 발표될 때, 독자와 창작자는 다음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1. 권리 보호 5원칙 포함 여부
▪️동의: 원작자의 명시적 허락 없는 무단 학습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가.


▪️보상: 데이터 사용에 대한 공정한 수익 분배 기준이 마련되어 있는가.


▪️라이선스: 거부할 때만 제외하는 옵트아웃이 아닌, 원할 때만 허락하는 옵트인 방식을 채택했는가.


▪️크레딧: 생성물에 기여한 원작자의 명칭 표기를 강제하고 있는가.


▪️투명성: 인공지능이 어떤 데이터를 학습했는지 출처를 투명하게 공개하는가.


2. 실질적 검증 포인트
▪️선언의 주체와 서명자가 명확히 확인되는가.


▪️단순한 구호나 캠페인에 그치지 않고, 실제 제도를 바꿀 법적 강제성이나 구체적인 실행 장치를 구비하고 있는가.

 

[전문 용어 사전]
▪️옵트인(Opt-in): 정보 주체(창작자)가 데이터 사용에 명시적으로 동의했을 때만 인공지능 학습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사전 허락 제도.


▪️옵트아웃(Opt-out): 정보 주체가 명시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히기 전까지는 데이터 사용을 임의로 허용하는 사후 배제 제도.


▪️휴먼아티스트리 캠페인(Human Artistry Campaign): 인공지능 기술이 인간의 창의성을 돕는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촉구하며, 전 세계 180여 개 예술 단체가 참여하여 결성한 글로벌 연합체.


▪️시각예술가기구(CIAGP): 국제조형예술인협회 산하 기관으로, 전 세계 그래픽, 조형, 사진 예술가들의 권리 보호를 목적으로 활동하는 국제 협의체.


▪️크레딧(Credit): 작품의 창작 과정에 참여한 원작자나 실연자의 이름을 명확하게 표기하여 창작의 권리 주체를 알리는 방식.

 

 


 

작성 2026.04.21 05:44 수정 2026.04.27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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