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동화 - 6편 누가 내 이웃일까?

철학 동화 - 6편 누가 내 이웃일까?

 

 

토요일 아침, 아파트 놀이터에 아이들이 모여 있었다.

 

지후와 민석이 공을 차고 있을 때였다. 놀이터 입구에 낯선 아이 하나가 서 있었다. 지후 또래쯤 되어 보였지만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작은 가방을 멘 채, 주변을 조심스럽게 둘러보고 있었다.

 

민석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 애 누구지?”

 

“모르겠어.”

 

“우리 아파트 애 아닌 것 같은데.”

 

지후가 물었다.

 

“그래서?”

 

민석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저 애랑 놀지 말자. 왠지 이상하잖아.”

 

지후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공을 한 번 더 찼다.

공은 데굴데굴 굴러가더니 낯선 아이 발 앞에 멈췄다.

 

아이가 공을 주워 들었다. 그리고 이쪽을 바라보았다. 손끝이 조금 떨리고 있었다.

 

“이거, 너희 거야?”

 

지후가 천천히 걸어갔다.

뒤에서 민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후야, 걔한테 말 걸지 마.”

 

지후는 그 말을 분명히 들었다.

하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 걸어갔다.

 

 

지후는 공을 받아 들고 낯선 아이 옆에 섰다.

 

“이름이 뭐야?”

 

아이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도윤.”

 

“여기 처음 왔어?”

 

“응, 어제 이사 왔어.”

 

도윤은 축구공을 내밀다가 잠깐 머뭇거렸다.

정말 끼어도 되는지, 여기 있어도 괜찮은지, 물어보고 싶은 얼굴이었다.

지후는 그 망설임을 알아보았다.

 

“우리랑 축구할래?”

 

도윤이 되물었다.

 

“정말?”

 

지후는 손을 흔들며 민석 쪽을 향해 소리쳤다.

 

“야! 한 명 더 왔다!”

 

민석이 잠깐 멈췄다. 눈을 가늘게 뜨고 도윤을 바라보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잠시 뒤, 공을 툭 하고 패스했다.

 

도윤은 순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조심스럽게 공을 받았다.

그리고 아주 작게 웃었다.

 

 

한참 뒤, 아이들이 잠깐 쉬고 있을 때였다.

벤치에 앉아 있던 할아버지가 지후를 불렀다.

 

“지후야.”

 

“네.”

 

“내가 질문 하나 해도 될까?”

 

“네.”

 

할아버지는 운동장을 바라보며 천천히 물었다.

 

“누가 네 이웃일까?”

 

지후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요?”

 

할아버지는 빙그레 웃었다.

 

“그럴까?”

 

그리고는 오래전 예수께서 들려주신 이야기를 꺼내셨다.

길을 가던 한 사람이 강도를 만나 쓰러졌다. 다쳐서 길가에 누워 있었지만, 종교 지도자 둘은 그 곁을 그냥 지나갔다. 그런데 그 다음에 지나가던 사마리아 사람이 발길을 멈추었다.

 

지후가 물었다.

 

“그 사람이 도와줬어요?”

 

“그래. 상처를 싸매 주고, 여관에 데려가 돌봐주었지.”

 

할아버지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었다.

 

“예수님은 그 이야기를 들려주신 뒤 물으셨단다.

셋 중에 누가 이웃이었겠느냐고.”

 

지후는 운동장을 바라보았다.

도윤이 민석과 공을 주고받고 있었다. 아직 어색해 보였지만, 분명 함께하고 있었다.

 

“사마리아 사람이요.”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조용히 말씀하셨다.

 

“이웃은 가까이 사는 사람이 아니라, 가까이 가는 사람이란다.”

 

지후는 그 말을 마음속으로 천천히 되뇌었다.

아까 민석의 말을 들으면서도 그대로 걸어갔던 순간이 떠올랐다.

그때는 아주 작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알 것 같았다.

어쩌면 그 작은 걸음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는지도 몰랐다.

 

 

해가 기울기 시작했다.

놀이터의 그림자가 길어지고, 아이들은 하나둘 집으로 돌아갔다.

 

도윤이 가방을 메고 돌아서려 할 때였다.

민석이 툭 내뱉듯 말했다.

 

“내일도 와.”

 

도윤이 걸음을 멈췄다.

민석은 이미 공을 안고 몸을 돌린 뒤였다. 쑥스러운지 끝내 뒤를 돌아보지는 않았다.

 

지후는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민석도 조금씩 가까이 가고 있었다.

어색하게.

툭툭거리면서도.

그래도 분명 가까이 가고 있었다.

 

집으로 걸어가는 길, 지후는 혼자 생각했다.

 

누가 내 이웃일까.

 

같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아니었다.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람.

아니,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망설여도 멈추지 않고 걸어가는 사람이었다.

 

가까이 가는 사람.

 

그게 이웃이었다.

 

삶을 바꾸는 동화 신문 기자 kjh0788@naver.com
작성 2026.04.01 09:45 수정 2026.04.01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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