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도 복제할 수 없는 신성한 설계도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10)

인공지능 시대를 넘어서는 인간다움의 본질

지식과 의로움 그리고 거룩이라는 내적 인프라

군림이 아닌 돌봄으로서의 리더십, 만물을 다스리는 권세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제10문

 

Q. 10. How did God create man? A. God created man male and female, after his own image, in knowledge, righteousness, and holiness, with dominion over the creatures.
문 10. 하나님께서 사람을 어떻게 지으셨는가? 답. 하나님께서 사람을 남녀로 지으시되 자기의 형상대로 지식과 의와 거룩함이 있게 하사 모든 생물을 다스리게 하셨다.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창 1:27)
새 사람을 입었으니 이는 자기를 창조하신 이의 형상을 따라 지식에까지 새롭게 하심을 입은 자니라(골 3:10)
하나님을 따라 의와 진리의 거룩함으로 지으심을 받은 새 사람을 입으라(엡 4:24)
그를 하나님보다 조금 못하게 하시고 영화와 존귀로 관을 씌우셨나이다 주의 손으로 만드신 것을 다스리게 하시고 만물을 그의 발 아래 두셨으니(시 8:5-6) 

 

AI 이미지 (제공: 미디어 울림)

 

AI 시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질문

 

우리는 인간의 지능을 모방한 인공지능(AI)이 일자리를 대체하고, 생명 공학이 유전자를 편집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기술이 인간의 영역을 침범해 들어올수록 역설적으로 "인간만이 가진 고유함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더욱 절실해진다.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실존이 본질에 앞선다"며 인간은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존재라고 했지만, 목적 없는 자유는 현대인에게 극심한 정체성 혼란과 공허함을 안겨주었다.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10문은 인간의 기원을 '우연'이나 '진화의 산물'이 아닌 '신성한 기획'으로 정의한다. 인간은 신의 성품을 투영하는 '하나님의 형상(Imago Dei)'으로 지음 받았다. 이는 인간의 가치가 지능 지수(IQ), 연봉, 외모와 같은 가변적인 지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창조주로부터 부여받은 '신성한 DNA'에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가 타인을 함부로 대할 수 없고 스스로를 비하할 수 없는 이유는, 모든 인간이 신의 영광을 담아내도록 설계된 고귀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내적 인프라 - 데이터가 담을 수 없는 지식, 의, 거룩

 

소요리문답은 하나님의 형상을 세 가지 구체적인 요소로 설명한다. 지식(Knowledge), 의(Righteousness), 그리고 거룩(Holiness)이다.

 

지식: 단순히 정보의 축적이 아니라, 만물의 이치를 깨닫고 창조주와 교감하는 인격적 통찰이다.
의: 도덕적 바름과 관계의 정직함을 의미. 비즈니스 세계에서 강조하는 '정의(Justice)'와 '윤리'의 근원이 바로 여기에 있다.
거룩: 구별됨을 뜻하며, 세속적 욕망을 넘어선 고결한 목적을 지향하는 성향이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의 성장은 단순히 기술적 능력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이 세 가지 내적 인프라를 회복하는 과정이다. 지식으로 세상을 바르게 해석하고, 의로움으로 타인과 공정한 관계를 맺으며, 거룩함으로 삶의 의미를 고양할 때 인간은 비로소 진정한 자아를 실현하게 된다. 이는 알고리즘이 흉내 낼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이다.

 

 

보완적 다양성 - 남자와 여자가 그리는 공동체의 지도

 

하나님은 인간을 '남자와 여자'로 지으셨다. 이는 차별이 아닌 '풍성한 다양성'을 의미한다. 인문학적으로 성(Gender)의 구분은 인간이 본질적으로 혼자서는 온전할 수 없는 '의존적 존재'이자 '관계적 존재'임을 시사한다. 나와 다른 타자와의 만남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나를 발견하고 사랑을 배운다.

 

현대 조직 이론에서 강조하는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DEI)'의 원형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의 차이를 통해 조화를 이루듯, 건강한 사회와 조직은 서로 다른 배경과 재능을 가진 이들이 하나의 목적을 위해 협력할 때 완성된다. 다름은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아니라, 하나님의 형상을 더 다채롭게 드러내기 위한 축복의 조건이다.

 

 

청지기적 리더십 - 만물을 다스리는 권세의 본질

 

마지막으로 소요리문답은 인간에게 '만물을 다스리는 권세'가 주어졌음을 명시한다. 여기서 '다스림'은 중세의 폭군처럼 군림하거나 환경을 파괴적으로 착취하는 권한이 아니다. 히브리어 '라다(רָדָה, radah)'는 세심하게 돌보고 경작한다는 청지기적 의미를 담고 있다.

비즈니스 리더십의 관점에서 이는 매우 중요한 통찰을 준다. 

 

진정한 리더십은 조직원과 자원을 착취하여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맡겨진 환경과 사람들을 풍요롭게 가꾸어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최근 기업 경영의 화두인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 역시 인간이 창조 세계를 돌보아야 한다는 이 본원적인 '다스림의 소명'과 맞닿아 있다. 우리는 소유주가 아니라 관리자로서, 세상을 더 아름답고 정의롭게 가꾸어야 할 거룩한 책임을 지고 있다.

 

 

당신이라는 걸작을 향한 존중

 

결국 소요리문답 제10문은 우리에게 '자존감의 회복'을 요청한다. 당신은 단순히 생존 경쟁을 벌이는 고등 생명체가 아니다. 당신은 하나님의 지식과 의와 거룩을 담은 그릇이며, 세상을 아름답게 가꾸도록 위임받은 왕 같은 존재다.

 

인간의 존엄성은 사회적 합의가 아닌 창조의 원리에서 나온다. 스스로를 하나님의 형상으로 인식할 때만 우리는 진정한 책임감과 자유를 동시에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성공의 사다리를 오르느라 숨 가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추어 당신의 내면에 새겨진 신의 형상을 바라보라. 그 형상이 요구하는 대로 정직하게 일하고, 따뜻하게 사랑하며, 책임 있게 세상을 돌보라. 우리가 이 고귀한 정체성을 회복할 때, 우리의 일터는 전쟁터에서 창조의 정원으로 변모할 것이며, 우리의 삶은 그 자체로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찬란한 예술 작품이 될 것이다.
 

 

 

허동보 목사(수현교회)
저서
ㆍ『왕초보 히브리어 펜습자』
ㆍ『왕초보 헬라어 펜습자』
ㆍ『왕초보 히브리어 성경읽기』
ㆍ『고난, 절망의 늪에서 피어난 꽃』
ㆍ『부와 기독교신앙』
ㆍ『그와 함께라면』
ㆍ『만남』외

 

 

작성 2026.02.05 18:47 수정 2026.02.05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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