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칼럼] 106화 분위기도 한 몫 하는구나

보통의가치 칼럼, '일상에서 배우다'

그 공간은 당신의 마음과 태도를 지지해 주고 있는지,

아니면 버티게만 만들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 이 자리에서 멈추지 않고 나만의 기록을 이어갈 생각이다.  [사진=김기천 칼럼니스트]

 

책상 하나가 가져온 변화

며칠 전, 우리 집에 새로운 책상이 하나 들어왔다. 아주 대단한 가구는 아니지만, 나에게는 생각보다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변화였다. 그 책상은 단순히 물건 하나가 추가된 것이 아니라, 그동안 미뤄 두었던 나의 작업 환경과 태도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 계기였다.

 

오래된 책상을 떠나보내며

재작년에 아들의 방을 꾸며주면서 중학교 때부터 사용해 오던 나의 오래된 책상과 의자를 정리했다. 오랜 시간 함께한 가구라 정이 많이 들었지만, 아들에게 조금 더 넓은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그렇게 나는 책상 없이 생활하는 시간을 받아들이게 되었고, 그 선택은 생각보다 오래 이어졌다.

 

식탁 위에서 이어진 작업의 시간

작년에 퇴사를 하고 매일 글 작업을 이어가던 시기, 마땅한 책상이 없었던 나는 식탁에 앉아 노트북을 펴고 작업을 하곤 했다. 처음에는 그럭저럭 괜찮다고 여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허리는 불편해졌고, 집중력도 쉽게 흐트러졌다. 책상을 하나 들일까 고민하기도 했지만, 다시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그 결정은 자연스럽게 뒤로 밀려났다.

 

아내의 모습을 보며 든 생각

그러던 중 얼마 전, 아내가 작업할 일이 있어 바닥에 앉아 노트북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리고 곧 나 자신을 떠올렸다. 퇴근 후 매일 식탁에서 글을 쓰고 있는 내 모습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때서야 겸사겸사 책상과 의자를 하나 들이기로 마음을 먹었다.

 

공간을 다시 구성하다

아들 방에 남아 있던 나의 책장을 옆방으로 옮기고, 그 옆에 새 책상과 의자를 놓았다. 그 방에는 피아노가 하나 있었는데, 책장과 색감이 잘 어울렸다. 

 

그래서 이번 책상도 비슷한 톤의 ‘라이트월넛’ 색상으로 선택했다. 크게 튀지 않으면서도 차분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색이었다.

 

방 하나가 달라지자 마음도 달라졌다

퇴근 후 책상과 의자를 조립하고, 가구 몇 개를 옮겨 방을 정리했다. 그저 물건 몇 개를 옮겼을 뿐인데, 공간의 분위기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마치 전혀 다른 방이 된 것처럼 느껴졌다. 

 

새 책상 위에 노트북을 올리고 의자에 앉는 순간, 설렘과 함께 마음이 차분해졌다. 아무 일도 바뀌지 않았지만, 앉아 있는 나의 태도는 분명 달라져 있었다.

 

자리에서 생겨난 다짐

그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이런 다짐이 떠올랐다.
“앞으로도 글 작업을 계속 이어가 보자.”


옆에 놓인 책장과 책들을 바라보며
“이 책장도 더 많은 책들로 채워보자.”


라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작업을 이어가는 데에는 의지와 결심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마음을 지탱해 주는 공간의 역할

그동안 나는 “마음만 있으면 어디서든 할 수 있다.”며 스스로를 다독여 왔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마음을 오래 유지하려면, 그 마음을 지탱해 주는 공간 역시 필요하다는 것을 이번에야 제대로 알게 되었다. 

 

환경은 결코 부차적인 요소가 아니었다.

 

바뀌지 않는 것과 분명히 달라진 것

새로운 책상 하나가 갑자기 글 실력을 키워주지는 않는다. 의자 하나가 삶을 단번에 바꾸어 주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 앉는 순간, 각오가 생기고 자세가 달라진다는 것은 분명한 변화였다. 

 

그 작은 변화가 결국 큰 흐름을 만들어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위기가 건네는 조용한 메시지

분위기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말해준다. 이곳에서는 무엇을 하면 좋을지, 이 시간은 어떻게 쓰면 좋을지를 말없이 알려준다. 그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순간, 사람의 태도는 조금씩 달라진다. 

 

나 역시 그 방에 앉아 노트북을 켜는 시간이 예전보다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함께 생각해볼 질문

당신의 일상을 지탱해 주는 ‘자리’는 어디인가.

지금 당신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은 어떤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가. 그 공간은 당신의 마음과 태도를 지지해 주고 있는지, 아니면 버티게만 만들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분위기는 의지를 돕는 조력자다

분위기도 한 몫 한다. 의지와 결심만으로는 오래 가기 어렵다. 나를 자연스럽게 그 방향으로 이끌어 주는 공간이 있을 때, 삶은 조금 더 꾸준해진다. 

 

이번 책상을 들이며 나는 아주 사소하지만 중요한 배움을 하나 얻었다. 앞으로도 이 자리에서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나만의 기록을 이어갈 생각이다.

 

✍ ‘보통의가치’ 뉴스는 작은 일상을 기록하여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치를 전하고 있습니다.

작성 2026.02.01 17:06 수정 2026.02.0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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