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이유를 묻는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1)

공허한 일상을 채우는 목적의 발견

행복이 아닌 존재 자체가 목적이 될 때

하나님을 향한 시선이 여는 새로운 삶의 지평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제1문

 

문 1. 사람의 제일 되는 목적은 무엇인가? What is the chief end of man?
답. 사람의 제일 되는 목적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것과 영원토록 그를 즐거워하는 것이다. Man’s chief end is to glorify God, and to enjoy him for ever.

"그런즉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고전 10:31)
"이는 만물이 주에게서 나오고 주로 말미암고 주에게로 돌아감이라 그에게 영광이 세세에 있을지어다 아멘"(롬 11:36)
"하늘에서는 주 외에 누가 내게 있으리요 땅에서는 주 밖에 내가 사모할 이 없나이다 내 육체와 마음은 쇠약하나 하나님은 내 마음의 반석이시요 영원한 분깃이시라 무릇 주를 멀리하는 자는 망하리니 음녀 같이 주를 떠난 자를 주께서 다 멸하셨나이다 하나님께 가까이 함이 내게 복이라 내가 주 여호와를 나의 피난처로 삼아 주의 모든 행적을 전파하리이다"(시 73:25-28)

 

AI 이미지 (제공: 미디어 울림)


마르지 않는 갈증, 우리는 왜 끊임없이 ‘무엇’이 되려 하는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의 가슴 속에는 해소되지 않는 근원적인 갈증이 자리 잡고 있다. 자본주의와 성과주의가 지배하는 비즈니스 현장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도록 요구받는다. 연봉의 액수, 직함의 무게, 소셜 미디어에 전시되는 화려한 일상의 단편들이 곧 ‘나’라는 존재의 성적표가 되는 시대다. 

 

상담심리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자기 대상화(Self-objectification)’라고 부르기도 한다. 타인의 시선에 비친 내 모습을 나 자신으로 착각하며, 남들이 보기에 그럴듯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원하는 바를 이루었을 때 찾아오는 것은 충만한 만족감이 아니라, ‘이것이 전부인가’라는 허무함이다. 인문학자 빅터 프랭클(Viktor Frankl)은 이를 ‘실존적 진공(Existential Vacuum)’이라 명명하며,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 영혼의 공허함을 경고했다.

 

우리가 겪는 이 고질적인 허무는 사실 ‘방향의 상실’에서 기인한다. 소요리문답의 첫 번째 질문은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든다. "사람의 제일 되는 목적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단순히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Doing)"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Being)"라는 존재론적 물음이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은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지향점이 외부의 성취나 내면의 만족에 있지 않고, 오직 창조주 하나님께 있음을 명확히 한다. 라틴어로는 ‘피니스 프리키팔리스(Finis Principalis)’, 즉 가장 으뜸이 되는 종착역이 어디인지를 묻는 것이다.

 

 

하나님을 영화롭게 한다는 것의 현대적 의미

 

‘하나님을 영화롭게 한다’는 말은 흔히 종교적인 엄숙함이나 희생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헬라어 ‘독사(δόξα, doxa)’에서 유래한 영광(Glory)은 본래 ‘무게’ 혹은 ‘광채’를 의미한다. 즉, 하나님의 성품과 아름다움이 우리의 삶이라는 거울을 통해 세상에 반사되어 그 가치가 온전히 드러나게 하는 것이다. 이는 비즈니스 현장에서 정직한 거래를 통해 신뢰의 가치를 드러내고, 인간관계 속에서 긍휼과 사랑을 실천하며, 예술과 학문을 통해 진리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모든 과정을 포괄한다.

 

비즈니스 경제학적 관점에서 볼 때, 목적(Purpose)은 단순한 목표(Goal)와 다르다. 목표는 수치화된 성과를 지향하지만, 목적은 그 기업이나 개인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최근 경영 트렌드인 ‘가치 중심 경영’이나 ‘임팩트 비즈니스’는 수익 그 자체보다 사회에 기여하는 가치를 우선시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성도의 삶은 자기 증명이라는 좁은 감옥에서 벗어나, 하나님이라는 무한한 가치를 세상에 투영하는 ‘영광의 통로’가 되는 데 그 본질이 있다. 내가 가진 달란트와 자원이 나를 높이는 도구가 아니라, 하나님의 풍성함을 증명하는 지표가 될 때 비로소 우리는 일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의무를 넘어선 환희, 영원한 즐거움의 초대

 

소요리문답 1문의 백미는 후반부에 있다. 인간의 목적이 단지 하나님을 위한 ‘사역’에 그치지 않고, 그분을 ‘즐거워하는 것(to enjoy him)’에 있다고 선언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적으로 ‘즐거움’은 인간의 동기를 유발하는 가장 강력한 내적 보상이다. 칼뱅은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 그분을 향한 사랑과 경탄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즐거워함’은 일시적인 쾌락이 아니라, 사랑하는 대상과 깊이 연합할 때 경험하는 안식과 기쁨을 의미한다.

 

상담심리에서는 이를 ‘정서적 연결(Emotional Connection)’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가 하나님을 즐거워한다는 것은, 그분의 임재 안에서 정서적 안전감을 누리고 그분과의 교제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상태를 말한다. 세상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어 소유를 위한 경쟁이 필수적이지만, 무한하신 하나님을 향유(Enjoyment)하는 것은 누군가의 몫을 뺏지 않고도 누릴 수 있는 풍요다. 성경은 시편을 통해 "주께서 생명의 길을 내게 보이시리니 주의 앞에는 충만한 기쁨이 있고 주의 오른쪽에는 영원한 즐거움이 있나이다(시 16:11)"라고 고백한다.

 

 

시선의 전환이 만드는 새로운 일상

 

결국 인간의 목적은 '나'라는 좁은 세계관에서 '하나님'이라는 광활한 세계관으로 시선을 옮기는 데 있다. 우리는 스스로를 영화롭게 하려다 지쳐버린 존재들이다. 그러나 목적의 자리에 내가 아닌 하나님을 모실 때, 역설적으로 '나'는 가장 빛나게 된다. 창조주의 의도에 정확히 부합하는 삶을 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오늘 당신의 바쁜 일상과 치열한 비즈니스 현장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예배당이 될 수 있다. 당신이 만나는 고객, 당신이 작성하는 보고서, 당신이 내리는 결정 속에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이 묻어난다면 당신은 이미 창조의 목적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그 과정에서 하나님의 일하심을 발견하며 미소 지을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영원한 즐거움을 이 땅에서 맛보고 있는 셈이다. 

 

우리의 존재는 결코 우연이 아니며, 우리는 무가치한 성과를 내기 위해 태어난 기계가 아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영광을 비추고, 그분의 사랑 안에서 영원히 춤추기 위해 지음 받은 존귀한 존재들이다.

 

 

 

작성 2026.01.31 15:57 수정 2026.02.0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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