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칼럼] 73화 나는 잘 모르겠는데, 저 사람은 너무나 잘 아네? feat. 싱어게인4

보통의가치 칼럼, '일상에서 배우다'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차이는 타고난 재능보다 ‘버텨낸 시간의 두께’에서 갈린다

“저 사람은 참 잘 아네, 자서전과 기록의 세계를.”

▲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Unsplash]

 

무대 위의 노래가 던진 한 줄의 질문

요즘 내가 챙겨 보는 방송 중 하나는 ‘싱어게인4’다. 화요일 저녁, 하루를 마치고 조용히 TV를 켜면 무대 위에서 각자의 인생과 시간을 노래하는 가수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눈길을 붙든다. 

 

한 달 전에는 42호 가수의 무대를 보고 글을 쓰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이제는 TOP10을 가리는 중요한 대결의 순간까지 왔다.무대를 볼 때마다 반복해서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정말, 우리나라에는 노래 잘하는 사람이 참 많다.” 시청자인 나는 그저 좋다, 아쉽다, 울컥한다는 감정으로 무대를 바라본다. 

 

그런데 지난주, 한 가수의 무대가 끝난 뒤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듣는 순간, 내 생각은 잠시 멈췄다. 내가 듣기에는 무난하고 평범하게 느껴졌던 무대였지만, 한 심사위원은 “감정 전달이 아주 섬세했다”고 말했고, 또 다른 심사위원은 “리듬을 가지고 노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그 순간, 마음속에 이런 문장이 조용히 떠올랐다.
“나는 잘 모르겠는데, 저 사람은 너무나 잘 아는구나.”

 

전문가는 왜 전문가로 불리는가

그때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전문가는 괜히 전문가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나는 단지 ‘듣기 좋은 소리’로 노래를 판단하는 사람이고, 그들은 ‘소리의 결, 호흡의 흔들림, 감정의 미세한 이동’까지 읽어내는 사람들이다. 

 

같은 무대를 보고도, 같은 노래를 들으며 전혀 다른 깊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전문성과 비전문성의 차이는 재능의 크기가 아니라, 시간을 쌓아온 깊이의 차이일지도 모른다. 

 

십 수 년, 수십 년을 한 자리에서 버텨온 사람만이 볼 수 있는 세계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그날 나는 TV 화면 앞에서 조용히 배웠다.

 

다시 ‘배우는 사람’의 자리에서

이 장면은 자연스럽게 지금의 내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새로운 회사에서 다시 배우는 사람으로 서 있는 나. 모든 것이 낯설고, 질문 하나 던지는 일조차 조심스러운 시간들. 

 

어떤 일은 이해가 가지 않고, 어떤 구조는 왜 이렇게 복잡한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날들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잘 몰라도, 이 시간을 성실하게 지나온다면 언젠가 나 역시 누군가의 질문 앞에서 조용히 설명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의 나는 ‘잘 모르는 쪽’에 서 있지만, 시간이 쌓이면 그 자리 역시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싱어게인의 무대가 내게 말해 주고 있었다.

 

내가 오래 붙들고 싶은 세계

더 나아가 마음속에 품어온 자서전 프로그램과 글쓰기, 기록의 세계도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아직 많은 이들에게는 낯설고, 때로는 이런 질문을 받기도 한다. “그게 과연 일이 되겠어?, 돈이 되겠어?”

 

그러나 음악을 수십 년 붙들고 온 사람에게 ‘전문가’라는 이름이 붙듯, 기록 또한 시간을 품고 오래 붙들면 분명 누군가의 삶에 닿는 깊이가 생길 것이라 믿고 싶다. 언젠가 누군가는 이렇게 말해 줄지도 모른다.


“저 사람은 참 잘 아네, 자서전과 기록의 세계를.”

그 믿음 하나만으로도 오늘 하루를 다시 쓰는 이유는 충분해진다.

 

경험이 말해 주는 단 한 가지

이번 방송을 통해 내가 얻은 배움은 분명했다. 지금은 잘 몰라도 괜찮고, 남들보다 느려 보여도 괜찮다는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선택한 길 위에 얼마나 오래, 얼마나 성실하게 머물러 줄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는 것.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차이는 타고난 재능보다 ‘버텨낸 시간의 두께’에서 갈린다는 것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함께 생각해볼 질문

나는 지금, 무엇 앞에서 ‘아직 모르는 사람’으로 서 있는가?
그리고 그 자리에 얼마나 오래 머물 준비가 되어 있는가?

 

전문가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나는 오늘도 여전히 배우는 사람으로 하루를 산다. 여전히 서툴고, 여전히 부족하다. 하지만 언젠가 누군가의 눈에는 ‘참 잘 아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도록, 오늘도 내 자리에서 묵묵히 시간을 쌓아간다.


전문가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남아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나는 오늘도 배운다.

 

✍ ‘보통의가치’ 뉴스는 작은 일상을 기록하여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치를 전하고 있습니다.

작성 2025.12.12 17:32 수정 2025.12.12 17:48

RSS피드 기사제공처 : 보통의가치 미디어 / 등록기자: 김기천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해당기사의 문의는 기사제공처에게 문의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horts NEWS 더보기
좋은 사람들이 모이면 세상은 달라집니다 #마음을잇는축제 #사랑나눔축제 #..
죽은영이살아난다는 의미 #예수님 #사랑 #구원 #사랑 #구원의확신
돌담으로 그려진 인문학 지도。#jeju #ssicho
높이가 달라지면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도 변할까?。#김포공항 #ssicho..
태극과 음양의 이치를 삼문에 적용, 세 개의 문을 통해 "질서와 경계"를..
비 내린 뒤 서산부석사 ~ 。#서산부석사 #도비다원 #씨초
여행은 풍경을 보는 일이 아니라 새로운 마음으로 일상을 다시. 바라보는 ..
2026 대학가 흔드는 AI 홍보 비책, 대학 생존율 높인다
주담대 3억 한도? 영끌족도 결국 손 들었다!
삼성전기 주가 반토막 비명, 바닥인가 탈출 기회인가 분석
정·재계 뒤흔든 역대급 민간 결사체 떴다… 사단법인 더나은대한민국
사회공헌만 하시겠습니까260여 개 언론에 기록하시겠습니까 #ESG #ES..
KOEIA 중소기업 뉴스 포커스 | 영인에스티 AI-MRV 탄소중립 플랫..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101)
라오스로 떠나는 청년들, 아동 복지 패러다임 바꾼다
포항 상권 살리는 한동대 AI 창업 지원 사업 가동
AI 보안 패러다임 바꾼다, 에이아이딥 차세대 솔루션 공개
AI로 불법 현수막 꼼짝 마! 지자체 CCTV와 차량이 실시간 자동 추적..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미용실, 무신고 유사 의료행위 심각… 포상금 최대 2..
대한민국을 함께 바꿀 기업 당신은 무엇으로 기억되겠습니까 #CCBS #공..
비오는 지금. 주님의 약속을 기다려봅니다. #찬양 #사랑 #예수님 #..
6근(눈귀코혀몸뜻)×6경(색성향미촉법)×3세(과거현재미래), 태양직경은 ..
#이용사자격증 #인천부평이용학원 한번에 합격했어..
ai365news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면 세상이 달라집니다 #좋은사람 #행복나눔 #사랑나눔..
AI 매칭엔진 도입 2026 충청권 ICT 취업박람회 개최
국회 조형물 거장 정보원 작가, 50년 베일 벗는다...성북서 역대급 전..
반도체 끝났다고? 모건스탠리가 폭로한 하반기 주식 대이동 시그널
유튜브 NEWS 더보기

신앙의 성장단계를 아시나요?

브랜드 가치를 넘어선 존재의 거룩한 광휘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101)

나경원 국민의힘 국회의원 초청토론회

박상돈 교수의 좌충우돌 성경신학[19] - 이스라엘 3대 절기와 그 의미

두려움을 신뢰로 바꾸는 관계의 언어학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100)

상리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보장특구사업 상리마을 주민리더 도쿄탐방기

봄 (Feat.황정호)

흩어진 말들을 모아 하나의 질서로 세우는 법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99)

[50 Movements] #9 쇼스타코비치 왈츠 2번 | 리처드 용재 오닐 & 디토 오케스트라 | Shos...

병원 광고비, 어디서 새고 있습니까? 팀퍼포먼스 정용훈 대표가 말하는 AI 병원 마케팅

믿음의 선배들(8) - 타협을 모르는 순교자, 로마의 히폴리투스

개인vs법인사업자 장단점과 법인전환 절세방법(feat. 가족법인과 영업권으로 절세하기)

박상돈 교수의 좌충우돌 성경신학[18] - 사라진 열 지파, 흔적 찾기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98) 욕망의 수렁에서 건져 올린 영혼의 정교한 매뉴얼

#쏠롱구스노래들024 #SOS024 #광야 #Wilderness #정원진 #solongus #CCM #car...

HAUSER - Oblivion (Piazzolla)

칭찬사랑나눔 칭찬합시다축제시작된다. #칭찬문화

은혜와 감동이 물결치는 찬양 - 삼일노회 수련회

믿음의 선배들(7) - 열정의 신학자, 알렉산드리아의 오리게네스

박상돈 교수의 좌충우돌 성경신학[17] - 피 터지는 성전논쟁, 그 시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