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평택 고덕에 ‘라면먹는도서관’ 개관 준비

라면 한 그릇에 책 한 권… 동네 생활 공공 인프라 새 모델

소득·나이 불문 누구나 이용… 안전한 사랑방 기능 기대

시민 후원·자원봉사 기반 투명한 운영 철학 밝혀

라면먹는도서관 내부 전경. 사진=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경기도 평택 고덕에 새로운 개념의 공공 작은도서관이 들어선다.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GEF, 이사장 박정인)은 지난 4일 재단이 준비해온 ‘라면먹는도서관’이 평택시로부터 공공도서관 정식 등록을 마쳤다고 밝히며 본격적인 운영 채비에 돌입했다. 소득과 나이, 사연의 유무를 구분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문을 열어두겠다는 선언처럼, 이곳은 지역의 일상 중심에 놓인 생활 공공 인프라 구축을 표방한다.

 

라면먹는도서관은 “배고프면 먹고, 배부르면 읽자”라는 단순하지만 상징적인 슬로건을 내세운다. 라면과 커피가 무료로 제공되는 이 공간은 특정한 이용 목적 없이도 누구나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일상 밀착형 커뮤니티 거점을 지향한다.

 

아파트 단지와 학교, 상가가 촘촘히 이어진 고덕 신도시 생활권의 중심에 위치해 어린이·청소년은 물론 이동 중의 청년, 근처 주민, 인근에서 시간을 보내는 노년층까지 자연스럽게 발길을 멈추게 하는 구조다.

 

재단은 이 공간을 단순한 도서관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먹고, 쉬고, 읽는” 기본 행위가 누구에게나 보장될 때 지역 공동체의 기반이 단단해진다는 점에 주목하며, 도서관을 동네의 ‘생활 공공 인프라’로 재정의하고 있다. 사회적 관계망이 약해진 현대 도시에서 지역 주민이 일상적으로 머무르고 서로를 확인하며 작은 상호작용을 쌓을 수 있는 공공 플랫폼이라는 의미다.

 

운영 원칙 또한 독특하다. 이용료는 전면 무료이며, 라면 조리와 정리, 설거지, 분리수거까지 이용자가 스스로 해결하는 자율 운영 방식이다. 도서 대출 시에도 이름이나 연락처를 기재하지 않는 무기록 대출 시스템을 도입해 이용자를 통제 대상이 아닌 ‘신뢰할 수 있는 시민’으로 바라보는 철학을 담았다. 이러한 방식은 부담감을 덜고 지역민이 주체적으로 공간 운영에 참여하게 하는 구조적 장치로 평가된다.

 

라면먹는도서관은 특히 방과 후 갈 곳이 부족한 아이·청소년에게 안전한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지역사회 복지 기능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친구들과 라면을 나누고 숙제를 하거나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재택근무 중 짧은 쉼이 필요한 주민이나 육아 중 잠시 숨 돌릴 공간이 필요한 부모들도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다. 은퇴 후 지역에서 일상을 보내는 어르신들에게도 편안한 사랑방 역할을 하며 세대 간 자연스러운 교류를 형성한다.

 

운영은 ‘라면사서’라 불리는 자원봉사자들과 시민·기업 후원에 기반한다. 도서관 개방과 정리, 아이들 돌봄 등 주요 역할을 담당하는 라면사서는 월 1회 2시간 이상 참여 가능하며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라면과 커피, 기타 재료비와 공간 유지 비용은 시민 후원을 통해 마련되며, 재단은 후원금 사용 내역을 매월 온라인에 투명하게 공개할 계획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후원 현황과 활동 내역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시스템 구축도 추진 중이다.

 

박정인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이사장. 사진=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박정인 이사장은 “라면 한 그릇과 책 한 권이 누군가의 하루를 지탱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며 “라면먹는도서관은 우리 동네에 반드시 하나쯤 존재해야 할 공공 인프라의 실험적 모델”이라고 말했다. 이어 “평택 고덕에서 시작한 이 실험이 한국 여러 지역으로 퍼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도서관은 향후 1년 간 방과 후 독서 프로그램, 청소년 모임, 지역 예술인 강연 등 주민 참여형 프로그램을 운영해 공동체 중심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지역 주민이 직접 기획자이자 이용자가 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으로, 공간의 활용 범위는 더욱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실험적 도서관이 갖는 의미는 단순한 공간 개관 이상의 층위를 갖는다. 청년층의 사회적 고립, 1인 가구 증가, 관계의 단절 등 현대사회의 구조적 문제 속에서 ‘라면먹는도서관’은 밥상과 책상이 공존하는 공동체적 해법을 제시한다.

 

혼자 먹는 문화가 편리함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시대지만, 그 이면에 고립과 정서적 결핍이 깊게 드리워져 있다는 점을 재단은 직시한다. 한 그릇의 라면이 사람을 살리고, 한 권의 책이 사람을 잇는다는 믿음이 이 실험의 출발점이다.

 

지역민의 자발적 참여가 모일 때 이 작은 공간은 단순한 도서관을 넘어 지역의 안전망이자 정서적 플랫폼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사회적 고립을 완화하는 새로운 공공 모델이자 지역 단위에서 관계를 회복하는 현실적 자원이 될지 주목된다.

작성 2025.12.10 11:16 수정 2025.12.10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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