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칼럼] 69화 내가 직접 겪어보니 비로소 보이는 마음

보통의가치 칼럼, '일상에서 배우다'

말로만 하는 친절과 실제로 느껴지는 친절 사이의 흐름과 속도

경험은 머릿속의 이해를 마음의 이해로 전환시키는 힘

▲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Unsplash]

 

새로운 환경에서 마주한 낯선 조심스러움

입사한 지 5일째 되는 날이었다. 새로운 환경에서 하나씩 배워가는 시기이며, 회사에서 생산하는 제품군을 눈에 익히고 앞으로 맡게 될 업무를 차근차근 정리해 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익숙해지기 위해 들여다볼수록 머릿속에는 질문이 끊임없이 떠올랐다. 

 

같이 일하는 직원들은 “언제든 편하게 질문하세요.”라고 말해주었지만, 막상 그 말을 바로 실행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들 역시 각자의 업무로 바쁜 흐름을 지나고 있었고, 내가 질문을 던지는 순간 그 흐름을 끊어버릴 것만 같았다.

 

“혹시 방해가 되지 않을까. 너무 자주 물어보면 부담스럽지 않을까.” 그 생각들이 자연스레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만들었다.

 

나만의 방식으로 찾은 작은 해결책

그래서 궁금한 점을 문득문득 묻는 대신, 한 번에 모아 질문하기로 했다. 그렇게 하면 직원들은 시간을 조정하여 설명할 수 있고, 나 역시 필요한 답을 충분히 들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렇게 해보니 직원들은 친절하게 답해주었다. 천천히 설명을 들으며 이해의 조각들을 맞추어 가는 동안 마음이 조금은 놓였다.

 

답을 들은 뒤에는 곧장 창고로 향했다. 말로만 듣고 이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제품을 보고 익히면 더 빠르게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조용한 창고에서 제품을 하나씩 살펴보며 정리하던 그때, 전 직장에서의 내 모습이 문득 떠올랐다.

 

돌아보니 보이기 시작한 과거의 내 표정

그때의 나는 ‘중간관리자 김과장’이었다. 신입 직원이 들어오면 늘 이렇게 말하곤 했다. “궁금한 건 언제든지 편하게 물어보세요. 사소한 것이라도 괜찮습니다.” 그러나 이제 돌아보면, 나는 늘 바쁜 표정으로 책상 앞에 앉아 있었고, 업무에 몰두하느라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많지 않았다. 

 

지금의 나는 질문 하나 던지는 것도 이렇게 조심스러운데, 그때의 신입 직원들은 과연 편하게 물어볼 수 있었을까. 그들이 바라봤던 제 모습이 지금의 나와 겹쳐지며 조용한 깨달음이 찾아왔다. “내가 경험해보니 신입 직원들은 이런 마음이었겠구나.”

 

말로만 하는 친절과 실제로 느껴지는 친절 사이에는 흐름과 표정, 분위기와 속도의 차이가 존재했다. 그 차이를 나는 지금에서야 비로소 체감하고 있었다.

 

경험은 머리의 이해를 마음의 이해로 바꾼다

“편하게 물어보세요.”라는 말은 분명 좋은 의도에서 나온 말이다. 하지만 그 말이 듣는 사람에게 어떻게 다가가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임을 이번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나는 전 직장에서 ‘편하게 물어보라’고 말하면서도 스스로는 편한 분위기를 만들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 채 친절을 말로만 건네고 있었던 셈이다.

 

직접 신입의 자리에 서 보니,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감정들이 선명하게 잡혔다. 조심스러움이 어디서 비롯되는지, 질문이 왜 쉽게 나오지 않는지, 눈치가 어떻게 생겨나는지. 경험은 이렇게 머릿속의 이해를 마음의 이해로 전환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앞으로의 태도에 남겨진 새로운 기준

이 경험 이후 나는 더 신중하게 행동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으면서도 스스로도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서이다. 물어볼 것은 확실히 묻고, 스스로 공부할 부분은 조용히 정리하며, 타인의 시간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자리 잡고 싶다.

 

새로운 환경에서의 적응은 성실함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동시에 ‘타인을 배려하는 감각’이 함께 필요하다는 것을 이번 경험을 통해 다시 확인했다. 이번 경험은 앞으로 내가 어떤 동료가 되어야 하는지, 어떤 태도로 일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남겼다.
 

모든 것은 경험해야 비로소 보이는 법이다.

 

함께 생각해볼 질문

나는 누군가에게 “편하게 말해도 된다”고 말하면서,
정작 그 마음이 편할 수 있는 환경을 실제로 만들고 있었는가?

 

경험은 우리가 놓치고 지났던 마음의 결을 다시 보여준다.
이번 경험은 내가 어떤 사람으로 일해야 하는지에 대한 조용한 기준을 남겼고,
그 기준은 앞으로의 관계와 업무 방식에 흔들림 없는 방향이 될 것이다.

 

✍ ‘보통의가치’ 뉴스는 작은 일상을 기록하여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치를 전하고 있습니다.

작성 2025.12.06 13:35 수정 2025.12.06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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