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은 멈췄지만, 고문은 계속된다: 당신이 모르는 시리아 난민의 '진짜' 현실

-"고향으로 돌아가라"는 유럽의 잔인한 통보: 10년 전쟁 생존자들에게 닥친 새로운 악몽.

-'난민'이라는 꼬리표 떼고 '나'를 증명하라: EU의 새로운 난민 심사가 던진 가혹한 질문.

-'안전'이라는 이름의 폭력: 우리가 시리아 난민을 외면할 때 벌어지는 일들.

▲ AI 이미지 (제공: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유럽연합(EU)이 최근에 발표한 시리아 난민의 위험 지침은 시리아 출신 난민들이 고국으로 돌아가거나 유럽 내에서 보호를 요청할 때, 그들의 안전과 잠재적 위협을 평가하는 기준을 제시한다. EU는 특히, 시리아 내전 상황의 변화 이후, 새로운 기간에 취약 계층으로 간주할 사람들의 범주를 명확히 하는 데 중점을 둔다. 

 

10년 전쟁의 끝자락에서 던지는 질문: 당신의 고향은 안전한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시리아 내전은 우리의 기억 속에서 조금씩 희미해져 갔지만, 그 땅을 떠나야 했던 수백만 명의 사람에게 전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그리고 지금, 그들의 운명을 가를 또 하나의 거대한 변화가 유럽에서 시작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최근 발표한 새로운 시리아 난민 심사 지침은 단순히 행정적인 문서의 변경이 아니다. 그것은 지난 10여 년간 우리가 시리아라는 땅을, 그리고, 그곳에서 탈출한 사람들을 바라보던 시선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전쟁의 불길이 잦아들었다면, 이제 그들의 고향은 안전해진 것일까?"

 

'전쟁터'에서 '위험한 일상'으로: 시리아를 보는 달라진 시선

 

오랫동안 우리는 시리아를 떠올릴 때 전면전의 참혹한 이미지를 떠올렸다. 쏟아지는 폭탄, 무너진 건물, 그리고, 그 사이를 피해 도망치는 사람들. 그랬기에 '시리아에서 왔다'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들은 당연히 보호받아야 할 난민이었다. 그들의 고향은 말 그대로 '지옥'이었으니까.

 

하지만, 유럽연합의 새로운 지침은 이제 그 생각이 틀렸다고 말한다. 그들은 시리아의 상황이 변했다고 판단한다. 다마스쿠스를 비롯한 정부 통제 지역에서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전면적인 무력 충돌이 일어나지 않는다. 표면적으로는 평온해 보이는 거리, 다시 문을 연 상점들. 이것이 바로 EU가 말하는 '변화된 상황'의 핵심이다.

 

그래서, EU는 이제 '모든 시리아인은 위험에 처해 있다'라는 전제를 철회한다. 더는 시리아 국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자동으로 난민 지위를 인정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것은 '포괄적 보호'의 시대가 저물고 '개별적 심사'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의미한다.

 

'나'의 위험을 증명하라: 난민에게 던져진 무거운 숙제

 

'전쟁이 끝났으니 안전하다'라는 말은 얼마나 잔인한가. 포탄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그곳이 평화로운 곳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새로운 지침 아래에서 망명 신청자들은 이제 스스로 위험을 증명해야 하는 무거운 짐을 지게 되었다. "당신이 시리아로 돌아갔을 때, 왜 위험한가요?" 이 질문에 그들은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꺼내 보여야 한다.

 

어느 날 밤 비밀경찰에게 끌려가 고문당했던 기억, 정부군에 강제 징집될까 봐 숨죽여 살았던 날들, 정권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가 가족들마저 위험에 빠질 뻔했던 순간들. 그들은 자신의 정치적 견해, 사회적 활동, 심지어는 가족 관계까지 낱낱이 털어놓으며 자신이 처한 '개인적인 박해'의 위험을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전쟁터에서 목숨을 걸고 탈출한 사람이 자신의 위험을 증명할 서류를 얼마나 챙길 수 있었을까?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사람이 자신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낯선 심사관 앞에서 일관되게 진술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이는 정당한 보호 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입증하지 못해 억울하게 송환되는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전히 지옥을 살아가는 사람들: 잊지 말아야 할 얼굴들

 

물론, EU도 시리아가 완전히 안전해졌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여전히 특정 사람들에게 시리아는 '지옥'임을 인정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병역 기피자들이다. 아사드 정권 아래에서 군대에 가는 것은 곧, 시민들을 향해 총을 겨누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이를 거부하고 도망친 이들은 '국가에 대한 배신자'로 낙인찍혀 가혹한 처벌을 받는다. 그들에게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은 곧 감옥행, 혹은 죽음을 의미할 수 있다.

 

반정부 활동가, 언론인, 인권 운동가들 역시 마찬가지다. 정권의 만행을 기록하고 비판했던 그들은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 그들에게 안전한 곳은 시리아 땅 어디에도 없다. 심지어 그들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연좌제의 희생양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여성들. 전쟁은 여성에게 더욱 가혹하다. 성폭력, 강제 결혼, 명예 살인 등 젠더 기반 폭력의 위협은 전쟁이 끝난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법과 질서가 무너진 사회에서 여성들은 더욱 취약한 존재가 된다.

 

'안전'이라는 이름의 폭력: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

 

EU의 새로운 지침은 표면적으로는 합리적인 것처럼 보인다. 상황이 변했으니, 정책도 변해야 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그 '변화'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직시해야 한다. '전쟁의 부재'가 곧 '평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아사드 정권은 여전히 건재하며, 그들의 통치 방식은 변하지 않았다. 반대파에 대한 탄압, 비밀경찰의 감시, 자의적인 구금과 고문은 지금도 시리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안전하다'라는 이유로 난민들을 돌려보내는 것은, 그들을 사지로 내모는 것과 다름없다. 그것은 '안전'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또 다른 형태의 폭력이다. 

▲ AI 이미지 (제공: 중동디스커버리신문)

끝나지 않은 질문: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10년이 넘는 전쟁은 많은 것을 앗아갔다. 수많은 생명이 스러졌고, 삶의 터전이 파괴되었다. 하지만, 가장 뼈아픈 것은 어쩌면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해진 우리의 마음일지도 모른다.

 

유럽연합의 새로운 지침은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난민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그들은 단순히 우리 사회의 부담인가, 아니면, 우리가 보호해야 할 존엄한 인간인가?

 

우리는 '난민'이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들이 왜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는지, 왜 여전히 돌아갈 수 없는지,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겪는 고통이 곧 나의 고통이 될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시리아 난민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것은 어쩌면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안전'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 아래 그들을 외면할 것인가, 아니면, 인류애의 이름으로 그들의 손을 잡아줄 것인가? 선택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작성 2025.12.04 01:32 수정 2025.12.04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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