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인문학 - 아저씨와 사슴 3

 

 

 

 

 

 

아저씨와 사슴 3

 

 

여러 날이 지나고 진이아저씨는 깊은 눈 속을 헤치며 무거운 다리를 이끌고 상수리나무 밑으로 서둘러갔습니다. 

쌓인 눈에 발이 푹푹 빠지며 발이 삐면서도 사슴이 걱정이 되어 아픈 발은 아랑곳하지 않고 먹이를 갖다 놓으러 갔습니다.  

 

 마침 사슴이 당근을 맛나게 먹고 있었습니다.

 

 진이아저씨는 반가움이 잔뜩 묻어 말합니다. 

 

 “사슴씨, 많이 걱정했습니다.”

 

 사슴이 입을 오물거리며 대답합니다. 

 

 “아, 죄송해요. 계곡에 눈사태가 나서 건너 올 수가 없었어요.”

 

 진이아저씨는 사슴과 다시 만난 것보다 사슴이 말을 한 게 더 깜짝 놀랐습니다. 진이아저씨는 놀란 가슴을 진정 시키며 말을 붙여봅니다. 

 

 “사슴씨, 언제부터 말을 할 줄 알았습니까?”

 

 사슴이 놀란 진이아저씨는 바라보며 대답합니다. 

 

 “옛날부터 우리는 듣고 말할 수 있었지요. 그런데 사람들이 들으려고 하지 않았을 뿐이지요.”

 

 진이아저씨는 맞장구를 치며 대답합니다. 

 

 “그래, 맞아요. 이기심에 눈 먼 사람들에게는 자연의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사슴이 진이아저씨에게 또 말을 합니다. 

 

 “우리는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존재로 옛날부터 존경을 받았지요.” 

 

진이아저씨는 화들짝 놀랐습니다. 사슴을 다시 만나면 물어보고 싶은 말이었기 때문입니다.  

 

 사슴이 이어 말을 했습니다.  

 

 “우리 사슴들은 특유의 울음소리를 내지요. 특히 좋은 풀밭이나 먹이를 발견하면 혼자 배를 채우지 않고 청아한 울음으로 친구들을 불러 모으지요.”

 

 진이아저씨는 감탄을 하며 말합니다. 

 

 “슬퍼서 내는 울음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려고 우는 아름다운 소리이군요. 이것은 사람들도 꼭 배워야 하겠습니다.”  

 

 사슴이 베시시 웃으며 말합니다.

 

 “사슴에게 배워야 한다는 말을 하는 걸 보니, 아저씨는 마음이 아주 곱군요.”

 

 진이아저씨가 뒤통수를 긁적이며 멋쩍은 듯 대답합니다. 

 

 “우리보다 못한 동물이라고 우리가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한 인간이 어리석은 것입니다.” 

 

 진이아저씨는 사람들의 모습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사슴이 다시 나뭇가지 사이로 사라졌습니다. 

 

 사르르 샤르르 눈이 녹으며 봄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진이아저씨는 이른 아침부터 바쁩니다. 어느새 친해진 사슴과 이야기를 하는 게 기다려지기 때문입니다. 

 

 진이아저씨는 사슴이 좋아할 당근과 배추를 가방에 챙기고 집을 나섰습니다.

 진이아저씨는 상수리나무 아래에서 사슴을 기다리며 나지막이 시를 읊조려봅니다.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슬픈 모가질 하고 먼 데 산을 바라본다/

 

 어느새 왔는지 사슴이 진이아저씨 등등을 톡톡 치며 말합니다.

 

 “그 시는 이제 그만 읊고 아저씨의 시를 한 번 읊어주세요.” 

 

 진이아저씨는 생각에 잠긴 모습으로 말합니다.

 

 “시인은 ‘하늘의 눈으로 땅을 보고, 영원의 눈으로 순간을 보고, 생명의 눈으로 존재하는 모든 것을 보는 것이다’라고 하는데 아직은 거기에 미치지 못합니다.”

 

라며 볼그레진 빰을 감싸집니다. 

 

 사슴이 빙그레 웃으며 대답합니다. 

 

 “아저씨가 왜? 절 좋아하는지 알겠군요.” 

 

 

 < 봄나비 >

 

 우수(雨水)지나 빠꼼히 

 고개 내민 노란 장다리꽃

 

 나폴나폴 

 내려 앉은

 노랑손님

 

 소중했던 

 에로스의 결실

 찬란한 봄의 잉태

 

 초릇초릇한  

 감동으로 

 새 생명과 자유를 향해 

 화려한 봄 몸짓을 한다.

 

 

 낭송을 마친 진이아저씨가 부끄러워 고개를 살짝 숙입니다.  사슴도 좋은 시를 읊어줘서 고맙다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합니다. 

 

 진이아저씨는 멋진 금관을 쓴 왕이 인사를 하자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삶을 바꾸는 동화 신문 기자 kjh0788@naver.com
작성 2025.08.14 09:02 수정 2025.08.1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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